깊어가는 가을 속 깊은 바다를 만나다- 하동 노량마을

 

가을이 익어간다. 어디로 떠나도 좋을 때지만 어느 때나 찾아도 좋은 곳이 있다. 뜨거운 여름도, 추운 겨울도 마다하지 않고 찾으면 좋은 매력이 넘치는 짭조름한 동네가 있다. 하동군 금남면 구 노량(露梁)마을이다.

 

하동 금남면 구 노량(露梁)마을은 작은 어촌이다. 남해군 노량마을에서 바라본 하동 노량마을.

 

하동에는 구노량과 신노량이 있다. 면 소재지인 신노량은 관공서가 있어 횟집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있다. 구노량마을은 신노량마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두 눈에 꼭꼭 눌러 담는 풍광만큼은 크고도 깊다.

 

하동 구노량마을은 신노량마을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두 눈에 꼭꼭 눌러 담는 풍광만큼은 크고도 깊다.

 

하동군 진교면을 지나 남해를 향해 내달리면 정기룡 장군를 기리는 경절사를 지난다. 이제 남해의 푸른 빛으로 창 너머로 들어올 무렵 남해대교를 가기 전에 왼쪽 작은 해안 길을 따라가면 구 노량마을이 나온다.

 

하동 구 노량마을에서 바라본 남해대교와 노량대교

 

들어가는 입구부터 낚싯대로 무장한 강태공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바다가 하늘과 맞닿아 서로 푸른 빛 경쟁을 하는 사이로 접어들면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겹쳐서 한눈에 들어오는 마을이 나온다.

 

하동 구 노량마을은 작은 어촌마을이다.

 

마을 속으로 들어가자 담벼락에는 이곳 노량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그려 있다. 마치 충무공의 일대기를 다 보여줄 요량인지 담벼락을 이어서 그려져 있다.

 

하동 구 노량마을 담벼락은 이곳 노량에서 순국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그려 있다.

 

담에 그려진 벽화 구경하는 데 이상하게 문이 없다. 집마다 문이 없다. 여기 노량마을은 문이 없다. 구 노량마을은 대문이 없는 마을이다. 바다에서 올라온 게가 마음대로 마당으로 들어올 수 있게 대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 마을의 전통을 모르고 대문을 단 이가 가세가 기울어져 결국 대문을 헐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마을 뒷산 연대봉이 큰 게가 다리를 벌리고 걷는 형상이다.

 

하동 구 노량마을 집마다 대문이 없다. 바다에서 올라온 게가 마음대로 마당으로 들어올 수 있게 대문을 설치하지 않았다.

 

마을 한가운데에 게 조형물이 그런 전설을 품고 있는 듯 당당하게 서 있다. 그 너머로 노량의 바다가 짙푸르게 흐르고 하늘이 하늘하늘거린다. 비록 다리가 놓여 쉽게 섬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땅끝이고 바다의 시작점에 서자 괜스레 가슴은 설렌다.

 

게에 얽힌 전설을 떠올리게 하는 하동 구노량마을에 있는 게 조형물.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려는 듯 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갈매기. 갈매기 날갯짓이 바다를 헤엄치는 것인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미 하늘과 바다와 한 몸이다.

 

노량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려는 듯 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는 갈매기.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 아래에서 사람들의 삶과 꿈을 실은 배가 닻을 올리고 바다를 항해하고 다리 위에서는 차들이 오간다.

 

하동군 노량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너머도 노량마을이다. 남해군 노량마을과 하동군 노량마을이 노량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남해대교 밑 노량해협은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곳인데 찾은 날은 잔잔한 호수 같다.

 

남해대교 밑 노량해협은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곳인데 찾은 날은 잔잔한 호수 같다.

 

바다와 하늘 덕분에 내 마음도 덩달아 푸른 빛으로 일렁인다. 우리네 수많은 사연이 스치듯 머물다 간 듯 바다는 말이 없다.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 아래에서 사람들의 삶과 꿈을 실은 배가 닻을 올리고 바다를 항해하고 다리 위에서는 차들이 오간다.

 

노량마을의 바다는 무겁고 진득하다. 고즈넉하고 호젓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정원 같다.

 

남해군 노량마을에서 바라본 하동 노량마을의 바다는 무겁고 진득하다. 고즈넉하고 호젓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은밀한 정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