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진교면으로 향하는 길은 느리고 고요하다. 바다의 끝이자 남해로 가는 길목이지만 새로 생긴 우회도로 덕분에 면 소재지는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하동 진교면 소재지
면 소재지의 중심 큰길에서 약간 주택가로 물러난 곳으로 향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옅은 구름이 하얗게 칠을 시작한다. 그 아래에 진교면사무소가 나온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면사무소에 들어서자 ‘애향’이라고 적힌 큼지막한 빗돌이 반기고 그 뒤로 파성 설창수 선생이 쓴 ‘내 고향 진교’라는 시가 걸음을 세운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애향’이라고 적힌 빗돌
옆으로 푸른 하늘을 향해 지난여름의 뜨거운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붉게 정열의 꽃 피운 배롱나무가 한들한들 가을바람에 장단을 맞춘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화단에 지난여름의 뜨거운 햇볕에도 굴하지 않고 붉게 정열의 꽃 피운 배롱나무가 한들한들 가을바람에 장단을 맞춘다.
그 아래 창고 벽에는 지붕 위로 올라가는 담쟁이덩굴의 열정이 초록으로 물들였다. 담쟁이덩굴이 아직 온전히 미치지 못한 한쪽 벽면에는 맑은 시냇물에 물고기를 잡고 그 옆으로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는 벽화가 덩달아 마음을 싱그럽게 한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벽화
벽화를 따라 걸음 몇 걸음 옮기자 허수아비를 따라 두 팔을 옆으로 한껏 벌린 아이들이 황금처럼 빛나는 그림이 나온다. 가을을 느끼려는 찰나 벽을 지나자 따뜻한 붕어빵을 먹는 아이들이 겨울이 마냥 춥지만은 않다고 일러준다.
벽화를 따라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로 지난다.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의 쪽빛 기운을 담자 맞은 편 벚나무에서 나뭇잎 하나둘 바람에 툭툭 떨어진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뜨락에 있는 <진교리 3층 석탑>
나무 아래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진교리 3층 석탑>이 어서 오라며 반긴다. 이명산 절터에 버려져 있던 것을 1960년에 현재의 위치에 옮겨 복원했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뜨락에 있는 <진교리 3층 석탑>은 처마의 끝부분만을 살짝 들어 올려 곡선이 간결하면서도 깔끔하다.
4장의 평평한 돌을 짜 맞춘 이중 받침의 삼층석탑은 처마의 끝부분만을 살짝 들어 올려 곡선이 간결하면서도 깔끔하다. 여의주를 닮은 둥근 수연을 제외하고는 탑의 꼭대기 부분(상륜부)은 남아 있지 않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뜨락에 있는 <진교리 3층 석탑> 꼭대기부분(상륜부)은 여의주를 닮은 둥근 수연을 제외하고는 남아 있지 않다.
아무려면 어떤가. 살포시 손을 얹었다. 예불 소리 은은하게 귓가에 흩날리는 기분이다. 덩달아 한 점 바람에 내 마음도 실었다. 바람 따라 몸을 맡기자 속세의 번뇌가 스쳐 지난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뜨락에 있는 <진교리 3층 석탑>과 이웃한 벚나무
바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나긋나긋 들린다. 그 사이로 햇살이 곱게 내리쬔다.
하동 진교면사무소 뜨락에 있는 <진교리 3층 석탑> 옆 의자에 앉았다. 가을 햇살이 곱게 내리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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