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눈길 머물고 발길 끄는 집 – 창원 <창원의 집>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9. 1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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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창원 도심 속에서도 그런 그릇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 찌든 몸과 마음의 피로를 덜어내고 새로운 풍광을 담아내는 곳. 집주인의 혼과 멋이 흐르는 공간에서 진한 향기를 담고 싶어 찾은 곳이 바로 <창원의 집>입니다.

 


 <창원의 집>

 

가는 길부터 다릅니다. 35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아름드리 그늘을 드리우고 골목 곳곳에 주황빛 능소화와 진분홍 배롱나무가 환하게 반깁니다. 정다운 돌담이 나오자 벌써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합창처럼 들립니다.

 


<창원의 집> 입구

 

 

창원의 집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있는 전통가옥이다. 1898년 순흥안씨 택영의 5대조 퇴은 두철이 거주하던 곳으로 1986년 새롭게 단장했다.

 


<창원의 집> 연못

 

솟을대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오른편의 작은 연못이 시원하게 반깁니다. 하늘 높이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가 아니더라도 이곳은 바람이 쉽게 들고납니다. 자연 에어컨을 쐬는 듯 상쾌합니다.

 


<창원의 집> 디딤돌에 올려진 하얀 고무신. 마치 고무신을 신고 뜨락을 자박자박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연못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었습니다. 청사초롱이 내걸린 기와 앞에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디딤돌 위에 쉬고 있습니다. 괜스레 반가운 마음에 덩달아 고무신을 신고 뜨락을 자박자박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원의 집> 퇴은정

 

배롱나무의 부축을 받으며 근처 퇴은정에 올랐습니다. 정자에 앉자 여기저기 바람들이 반갑다며 얼굴을 유쾌하게 어루만지며 인사를 건넵니다. 정자 뒤편 대나무들이 바람결에 사각사각~” 상쾌한 피리 소리를 들려줍니다.

 


<창원의 집> 안채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습니다. 가슴이 풍선처럼 부푼 듯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옛 선비가 된 듯 정자를 내려와 사랑채며 안채를 거닙니다.

 


 <창원의 집> 안채 마루에 있는 빨랫방망이.

 

안채 마루에 올려진 빨랫방망이. 빨래를 두드리는 소리가 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것만 같습니다. 근처에 있는 농기구들을 구경한 뒤 팔각정으로 올랐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역시나 진분홍빛 배롱나무가 함께합니다.

 


<창원의 집>

 

팔각정에서 내려다보는 <창원의 집>은 잠시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디에도 칙칙한 도심의 빌딩 숲이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팔각정을 나와 작은 길 건너에 있는 창원역사민속관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2층 누각으로 된 창원마루가 어서와라 손짓하는데 바로 역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창원의 집> 길 건너편에 있는 <창원역사민속관>

 

창원역사민속관

창원시 의창구 창이대로 397번길 25(사림동)

이용시간 : 09:00~18:00

쉬는 날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1, 설날/ 추석당일

문의 전화 : 055-714-7644

 

빛나는 땅 창원을 시작으로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요모조모 알려주는 전시물에 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창원역사민속관>빛나는 땅 창원을 시작으로 창원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얼쑤 흥이 넘치는 창원의 민속 코너는 덩달아 흥겨움을 선물 받고 갑니다. 2층에서는 부채와 함께 죽부인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죽부인(竹夫人)을 안고 잔다면 아내가 싫다고 짜증이라도 낼까요?

 

대나무는 본래 장부에 비할 것이니/ 참으로 아녀자의 이웃은 아니라네/ 어찌하여 침구로 만들어/ 억지로 부인이라 부르는가/ 내 어깨와 다리를 편안하게 받쳐주고/ 내 이불 속으로 친하게 들어온다/ 비록 눈썹과 나란히 밥상 드는 일은 못 하지만~’

 


<창원역사민속관>에 전시 중인 부채와 죽부인

 

고려 시대 문장가 이규보의 <죽부인> 시 한 편이 절로 떠오릅니다.

 

<창원의 집>과 창원역사민속관을 둘러보는 동안 복잡한 업무는 비우고 여유로움으로 채웠습니다. 몸과 마음에 넉넉함을 가득 담았습니다. 일상 속 쉼표를 찍었습니다.

 


 <창원역사민속관>에서 바라본 <창원의 집> 팔각정과 창원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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