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번잡한 도심 속 오아시스-창원 성산패총유물기념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8. 9.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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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들에게 포위당했습니다. 아니 공장 속 섬이요, 오아시스입니다. 창원시 성산구 외동 공장들 사이로 고요한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바로 성산패총입니다. 머나먼 시기, 삼한 시대 사람들의 쓰레기장이었던 곳입니다. 패총 근처에 차를 세우고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성산패총 안내판

 

삼한 시대 사람들이 먹고 버렸던 조개껍질이 층을 이루며 산처럼 쌓인 곳이라 입구부터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숨이 가쁩니다. 땀이 등줄기에 한 방울 떨어질 무렵이면 언덕 위에 올라옵니다.

 


성산패총 입구에서 유물전시관으로 가는 길은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이다.

 

언덕에 올라오자 야철터 이정표가 먼저 반깁니다. 옛 조개껍질 아래에 철기를 만들었던 흔적이 발견된 곳입니다.

 


성산패총유물전시관에 있는 야철터

 

유물발굴 과정에서 2개소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옛 모습대로 복원해 보존 관리하고 있는 곳은 서남구 패총에서 발견된 평면형으로 시골 대장간에서 쇠를 녹이던 유구와 흡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원기계공단의 상징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성산패총 내 야철터에서 용화전 석조여래좌상(龍華殿 石造如來坐像)으로 가는 사이에 있는 석불상

 

야철터를 나오자 푸르른 나무 그늘을 따라 걸었습니다. 나무 아래 불상이 마치 조각난 돌들의 호위 속에 앉은 듯 불상이 나옵니다. 잠시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리고 고개를 들자 불상이 바라보이는 너머로 파란 공장 지붕들이 하늘이 내려앉은 듯 빛납니다.

 


성산패총에서 바라본 공장들

 

저만 공장의 파란 지붕을 바라본 게 아니었습니다. 석굴암 본존불처럼 용화전 석조여래좌상(龍華殿 石造如來坐像)’도 느티나무 아래 결가부좌로 앉아 보고 있습니다.

 


성산패총 내에 있는 용화전 석조여래좌상(龍華殿 石造如來坐像)’

 

이마 위 머리 부위는 상처를 입었는지 시멘트로 보수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불상은 신라 말에서 고려 시대 초기로 본다고 합니다. 앙다문 입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정면에서 바라 보기보다는 두세 걸음 옆으로 떨어져서 바라보면 더욱 자비롭습니다.

 


성산패총 내에 있는 용화전 석조여래좌상(龍華殿 石造如來坐像)’

 

앉아서 참선하는 부처님 곁을 떠나 시원한 등나무 그늘에서 가져간 캔커피를 마셨습니다. 달곰 쌉싸름한 맛이 고요합니다. 번잡한 도심 속에서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다니 오히려 의아스러울 정도입니다.

 


성산패총 내에 있는 등나무 쉼터

 

등나무 그늘을 나오자 진녹색 물이 뚝뚝 떨어지는 풍광의 갈림길 속에 기념관으로 향했습니다. 기념관 옆에는 배롱나무가 썩어 문드러진 나무 밑동에 뿌리를 내리고 한 몸을 이룬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신혼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연상하게 합니다.

 


성산패총은 도심 속 오아시스처럼 시원하게 산책하기 좋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는 오른쪽에서부터 이곳의 조개껍질 층이 반깁니다. 성산패총에 관한 안내 글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산패총은 청동기시대에서 삼한 시대까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들이다. 조개무지 속에 함께 버렸던 생활 쓰레기 속에서 당시를 떠올리는 공간인 셈입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

 

1968년 처음 성산패총에서 유물을 발견했지만 1970년대 창원공단이 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유적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당시에 발굴한 유물을 성산패총유물전시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은 1970년대 창원공단이 조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유적조사가 이루어졌다. 당시에 발굴한 유물을 볼 수 있다.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릅니다. 성산패총 발굴현장을 재현한 전시물에서 문득 오늘 내가 버린 쓰레기가 후대에서 이렇게 발굴해서 우리 시대를 떠올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 더미 속에서 후대는 우리를 어떻게 살았다고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에 전시 중인 유물발굴 재현물

 

당시 사람들이 살았을 생활 모습을 재현한 전시물이 실물처럼 친근하게 다가섭니다. 재현한 사람들의 주거 생활 공간은 우리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는 휴양지처럼 보입니다. 아쉽게도 고대 야철지로의 여행과 같은 영상과 퀴즈 전시대는 작동되지 않거나 전시물이 없습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은 발굴 유물을 사용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삼한 시대 이곳에 터를 일구고 가꾸어 온 사람들의 흔적을 떠올리기에는 전시물이 빈약합니다. 그런데도 도심 속에서, 공장들 속에서 잠시나마 오아시스와 같은 쉼을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역사 공부도 겸해서 산책하기 좋습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 전시실

 

성산패총 유물 전시관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산패총로 137(외동 853-7) 성산패총

문의 전화 : 055-282-7270

매일 09:00 18:00 / 겨울철 17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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