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가을이 농익어가는 지리산 아래 첫 동네, 하동 의신마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10.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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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쌍계사 십 리 길을 지나 별천지를 찾아 지리산으로 들어가면 시외버스 종점이 나온다. 지리산공원 벽소령 등산로 시작되는 지리산 아래 첫 동네 의신마을이다.

 

별천지로 들어가는 길은 상쾌하다. 가을이 점차로 물드는 풍경이 차를 세운다.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이 말을 건네자 화개천을 따라 흘러가는 물소리가 알은체한다.

 

마을 입구에 나무로 조각된 장승 한 쌍이 해맑게 웃으며 반긴다. 길 건너편에 마을 당산제를 지내는 당산나무가 하늘로 솟구쳐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의신마을에서는 마을동네 뒷산에 200년 이상 된 참나무가 한 그루가 있는데 매년 해가 바뀌는 새벽(12)이 되면 여기에서 당산제를 지낸다.’라고 한다



당산나무 뒤편에 마을 정자인 선학정(仙鶴亭)’이 있다.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서로 마주 보고 놓여 있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양 앉아 주위 풍경을 구경한다. 가져간 캔커피 한잔의 여유가 밀려온다.

 

주위 마을을 어슬렁거렸다. 마을은 산줄기로 둘러싸인 학이 알을 품은 선학포란(仙鶴抱卵)’ 형이라 한다. 또한,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마을 모양이 배 터라 돛대에 해당하는 솟대를 마을 입구에 세워 매년 정월 초하루 제를 지낸다고 한다.

 

시들어버린 해바라기들 옆에 커다란 반달곰 조형물이 반긴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인 베어빌리지가 이 마을에 있다



서산대사가 출가한 원통암이 0.9km라는 이정표와 함께 걸음을 멈춰 세운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산속이라 지나는 할머니께 여쭈자 한 시간 거리라는 말에 포기했다.

 

노닥노닥 곰다방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옛 학교터에 세워진 지리산역사관으로 들어갔다.

 

화전민 생활을 시작으로 빨치산, 우리 고장 안내로 끝나는 작은 전시관이다. 털옷에 곰방대를 문 화전민 사진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진 속 화전민은 지금도 살아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전쟁 때 치열했던 빨치산 전투가 펼쳐진 이곳 지리산역사관 뒤에서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되면서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현상을 사살한 경찰토벌대장 차일혁 총경은 이현상 시신을 스님 독경 속에 예를 갖춰 제를 지내고 화장했다. 관련 전시 패널에서는 차일혁 총경의 전쟁은 고독했다. 빨치산 토벌 작전은 항일독립군(조선의용군) 시절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생사를 함께했던 동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두 개의 조국은 낯설었고 어제의 동지인 죽은 적장의 시신 앞에 예를 취할 수 있던 것만이 그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지리산이 우리에게 전한 이야기를 담고 나왔다. 비 그친 산에 바람이 분다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열린 파란 하늘 사이로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난다. 가을이 농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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