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섬진강 바라보며 바람 타고 걷는 길이 좋다, 좋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7. 22. 21:17
728x90


 

발자국 두 개가 걸음을 멈췄다. 합천 율곡으로 120.8km, 화개로 27.0km, 국도 2호선과 19선으로 가는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 표지석이다. 갈림길은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섬진교 앞에서 멈춰섰다. 섬진교 회전 교차로다. 진주와 순천, 광양, 남해로 가는 길이 어디로 가야할 지 망설이게 한다.

 

섬진교 옆에는 옛 섬진교가 있다. 비록 옛 섬진교는 철거되었지만 섬진교라 적힌 옛 다리 앞에는 투명 아크릴판으로 한창때를 떠올리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 아래로는 섬진강 변을 거니는 산책로가 초록 물결 사이로 보인다.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다.

 

초록 물결에 정신을 놓고 있는데 오가는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는 덕분에 고개를 들었다. 하동읍에서 화개면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옆으로 섬진강을 길동무 삼아 걷기 좋은 나무테크로 꾸며진 산책로가 있다.

 

섬진강 변을 걷는 동안 나무의 시원한 그늘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들꽃과 벌레들이 정겹다. 마을 쪽에 커다란 바위 두 개가 포개진 곳 옆에 오룡정유지비가 서 있다. 오룡정(五龍亭)이라는 정자 터가 있던 곳이다. 오룡정은 손시가 건립했는데 부친이 8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모두 생원과 진사가 되어 당시 사람들이 팔룡(八龍)이라 불렸고 팔룡의 한 사람인 손약의 다섯 아들이 또한 생원과 진사가 되었기에 이를 기려 오룡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동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지나자 하동 나루터가 나왔다. 소설 <토지> 속에서 읍내 장터에 주막을 열었던 월선이가 행여나 그리운 용이가 와줄까,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바라보고 바라보던 나루터가 바로 이곳이다.

 

굽이굽이 하동포구 80리 물길은 이곳에 이르러 천혜의 절경을 빚어냈다. 한때는 수백 척의 상선이 이곳에 정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학혁명의 소용돌이 속에는 하얀 백사장이 핏빛으로 물들었고, 섬진강이 지리산 빨치산 대원의 활동 통로가 되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동포구 팔십 리에 물새가 울고/ 하동포구 팔십 리에 달이 뜹니다/~’ 하동포구 노래비가 돌에 새겨져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읽었다. 노래비 앞에는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 행로지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년(1597) 527일 당시 원수부가 있던 합천 초계 권율 도원수 휘하에서 백의종군하라는 명을 받고 쌍계동(화개면 탑리)를 지나 두치 최춘룡의 집에 늦게 도착하여 유숙하고 이종호와 유기룡을 만나 이튿날 하동현(고전면 주성)을 가기 위해 늦게 떠난 곳이라고 한다. 충무공이 지나간 길옆에는 하얀 무궁화가 피어 넋을 기린다.

 

나루터 한쪽에는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소설 <산하> 중 일부가 새겨진 이병주 문학비도 서 있다. 나루터 빈 의자에 잠시 앉았다. 하늘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섬진강을 보았다. 여름이 시원하다. 유쾌하다.

 

 

서해량 회전 교차로에서 걸음을 멈췄다. 집채보다 큰 바위의 갈라진 틈새로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시원한 폭포수가 보인다. 착각이다. 폭포 벽화다. 벽화 속 풍경에 잠시 샤워한 듯 개운하다.

 

섬진강 바라보며 바람 타고 걷는 길이 좋다, 좋아! 하늘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섬진강 변에서 여름을 즐겼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