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면장을 보면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느낀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가 어제 저녁 서점 내 문화관 여서재에서 한 말에 더욱 강하게 동의했다.
진주문고에서 연중기획으로 시작한 <이제는 지역이다> 두 번째 시간으로 열린 [지역공무원-조문환] 편에서 더욱 그렇다. 이번달말이면 명예퇴직하는 조문환 하동군 악양면장은 시인이며 사진가다. 글도 맛깔스럽게 쓰면서 사진도 잘 찍는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에 불공평한 세상에 짜증도 났다. 더구나 조문환 면장 시인은 말도 조곤조곤 잘 하더라. 덕분에 메모 없이 그냥저냥 듣는 내게 펜을 꺼내게 하고 봉투 앞 뒷면 가득 열정을 담도록 했다.
2016년 1월부터 부임한 악양면장을 6월 30일까지 수행하는 그가 먼저 끄집어낸 이야기는 면장으로 지낸 이야기였다. ‘몸치’라는 데 큰 키에 뿜어내는 귀여움이 지역 할매들에게 인기 몰이를 한 소소한 이야기가 정겹다. 더구나 악양면의 자랑거리인 ‘슬로시티’ 를 반성하는데 두 귀가 쫑긋했다. 면장하기 전에 군청 기획계장으로 있으면서 악양면을 슬로시티로 기획했단다. 단순히 관광객을 많이 모으고, 돈벌이 수단 만으로만 생각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그의 이야기는 악양면민을 비롯한 하동군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미흡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제 곧 물러나는 처지에서 어찌 후배 공무원에게 당부가 없을까. 그가 생각하는 공무원은 단순히 상명하복의 조직원이 아니라 ‘프로듀서’라고 했다. ‘지시를 넘어 자기 주도적으로, 세계를 넘어 팔방미인’이 되길 바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공무원뿐일까.
지리산과 섬진강, 하동 지역의 문화와 자연 등을 주제로 <하동편지>, <섬진강 에세이> 등 4권의 책을 출간했던 조문환 면장은 시인이자 사진가로 세상에 드러낸 ‘내 인생을 바꿔놓은 시점’은 2010년무렵 지역 ‘100년 만의 한파’로 지역 특산물인 하동 녹차가 시들고 조류인플루엔자로 고생하는 지역민들을 보면서 시작한 ‘하동에서 온 편지’가 시작이라고 한다.
어느날 문득 섬진강이 나를 아느냐고 묻는데 양심 가책을 느꼈단다. 하루 10km씩 1년 동안 발원지부터 걸었다고 한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는 그는 메모도 열심히 스마트폰에 남기고 블로그에 옮겨 글감으로 삼는다고 글쓰기 요령도 일러준다. ‘어느 날 문득 나도 몰래 찾아온 시’라고 했지만 나는 안다. 그가 그곳에 있었다. 카메라와 함께. 나도 그처럼 그곳에 있고 싶다. 카메라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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