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여행)태극기만 흔들지 말자-아픔 되새기는 과정 없다면 성숙도 없다,산청군 참전기념공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4.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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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아픔을 되새기는 과정이 없다면 성숙도 없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아픔은 언제나 되풀이된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3월 30일 산청군 참전기념공원을 찾았다.

 

참전기념공원은 진주-거창 간 국도 3호선 4차선에 바로 인접한 새고개에 있다. 경호강을 끼고 있는 새고개에서 공원을 찾기는 어렵다. 그냥 지나치기 쉽다. 산청에서 진주 방향에서 들어가는 길은 쉽게 찾는다. 그러나 진주에서 산청 방향으로 가다가 진입하는 길을 찾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새고개에 이르기 전에 가드레일이 끊어진 곳으로 살짝 빠져 국도 밑 박스터널을 지나면 공원에 갈 수 있다. 이 길을 찾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렵다. 그래서 진주와 산청 사이 국도 3호선에서 가다가 산청군 신안면을 지나 산청읍 경계에 있는 심거마을로 빠져나와 반대편 차선을 이용해 들어갔다.

 

산청읍과 신안면 경계에 있는 고갯길인 새고개에는 조선 시대 의적이었던 임걸룡이 이곳에서 활동했다고 전한다. 임걸룡은 새고개에서 도둑질을 하면서도 모두를 뺏지는 않았다. 도둑질한 물건으로 빈민을 구제하기도 했다. 길목을 지나는 등짐장수는 미리 물품 일부분을 별도로 갖고 오다가 굴 앞에 던져주고 가기도 했다고 전한다.

 

의적의 전설이 깃든 새고개는 65명이 죽어간 슬픈 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공원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옛 국도 3호선 길이다. 입구에는 개나리들이 폭포수처럼 노란빛을 쏟아낸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기념탑 있는 오른편이 아니라 왼편에는 한국전쟁 참전 유엔 16개 국기가 색 입힌 자갈로 꾸며진 태극기 뒤편에 펄럭인다.

 

도로 건너편에는 눈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분홍빛 진달래가 드문드문 존재를 드러낸다.

 

오른편 기념탑은 88사건 위령비를 시작으로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베트남참전기념비가 나란히 서 있다. 각 기념비에는 산청지역 출신의 6,25참전 유공자 792, 상이군경 160, 무공수훈자 44, 베트남참전 유공자 139, 8.8사건위령자 65명의 이름과 취지문이 새겨져 있다.

 

먼저 88사건 위령비 아래에는 희생자 이름이 먼저 새겨져 있고 아래에 향토여! 영원한 자유여! 행복이여~’로 시작하는 비문이 적혀 있다. 때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88일 북한군 패잔병 등이 아군초소 새 고개를 탈취해 전화도청으로 아군을 유도했다. 완전 무장으로 오전 9시쯤 화물차 3대에 분승하여 새고개로 향하던 중 산청읍 자신마을 밑 장승배기 근처에서 기습공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전사 29, 부상 48(이후 36명 추가 전사)이 발생했다. 이날의 참극에 희생된 넋을 위로 한다.

 

옆에 있는 한국전쟁기념비 아래에는 산청 출신 지역별로 참전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 옆으로 베트남 참전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 주위로 너무 작고 흔해서 관심 제대로 두지 않는 꽃다지가 여기저기 노랗게 피었다. 꽃다지의 꽃말처럼 무관심하지 않아야 할 곳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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