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산청에서 만나는 4월 설국(雪國),벚꽃길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4.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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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걸음처럼 슬며시 가버릴 봄을 위해 날짜 잡지 말자. 한순간에 훅하고 가버릴 벚꽃 구경을 멀리서 할 필요가 없다. 멀리 벚꽃구경 간다면 봄은 벌써 저만치 도망간다. 산청에도 하얀 사월이 있다. 일상 차림으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면 그곳이 바로 설국(雪國)이다.



4월 9일 진주에서 거창 가는 일반국도 3호선 4차선 도로에서 잠시 산청군 산청읍 정곡리 정곡삼거리 방향으로 빠져 하얀 사월을 만났다. 정곡삼거리에서 신등면 양전리로 넘어가는 고개 10여Km 길(지방도 60)에 벚꽃이 연분홍빛으로 일렁인다.



정곡삼거리 벚꽃 구경 나선 길 입구에는 봄까치꽃이 박하사탕같이 청량한 빛깔로 먼저 반긴다. 입구만 벚꽃 터널이다. 20m 정도 더 올라가면 오른편에만 신등면 경계까지 심어져 있다. 신등면으로 접어들면 반대편에 심어져 있다.



짧은 벛꽃 터널이 끝나는 길에 노란 유채꽃이 밭 가장자리에서 살랑살랑 손짓한다. 곧 농사 준비할 요량인지 논은 가지런히 골라져 있다. 내정저수지에 잠시 차를 세웠다.



저수지 맞은편에는 정수산 등산로가 나온다. 저수지에서 흘러가는 물소리를 벗 삼아 캔커피 한 잔 마신다. 하얀 벚꽃 한 송이 길가로 벗어 오가는 차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햇살을 받은 벚꽃의 분홍빛이 화사하다. 눈이 즐겁다.



유혹하는 벚꽃 구경에 차 속도계는 30Km를 넘지 못한다. 척지마을에 다시 차를 세웠다. 넘어온 길 따라 벚꽃들이 줄지어 따라왔다. 벚꽃길 건너 산자락에는 진분홍빛 진달래꽃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산청읍과 신등면 경계에 작은 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에 심어진 벚나무와 노란 개나리가 그림 한 폭을 만든다. 저수지 옆으로는 둔철산 등산로가 나온다.



고개를 넘자 신등면이다. 이제는 길 왼편에 벚나무들이 환하게 웃는다. 열어놓은 자동차 창문 너머로 꽃눈이 슬며시 들어온다. 싱그럽다. 둔철산 정취암으로 가는 갈림길에 차를 세웠다.



바람이 얼굴 어루만지고 지난 뒤편으로 벚꽃잎이 줄지어 따라온다. 들풀들이 몽글몽글 돋아 연둣빛으로 출렁대는 사이로 초록빛 나뭇잎들이 살랑거린다. 일상에서 맞은 4월의 설국 풍경에 내 마음도 초록빛으로, 연둣빛으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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