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 심적정사를 찾아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에 있는 심적정사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곁에 봄이 묻어온다. 따사로운 햇살은 설레게 한다. 점심시간 밥을 먹지 않아도 봄 햇살에 배부르다. 2월 15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로 봄 소리 들으러 갔다. 굳이 살랑대는 봄바람이 아니라도 이미 마음은 봄에 물들었다.
산청 심적정사는 일주문도, 사천왕문도 없다. 커다란 나무가 기둥처럼 하늘을 떠받친다.
산청읍 내 KT전화국에서 대안아파트 쪽으로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작은 절이 하나 나온다. 속된 세상과 경계를 이루는 일주문이 없다. 사찰을 보호하는 사천왕들이 있는 사천왕문도 없다. 커다란 나무가 기둥처럼 하늘을 떠받친다. 담벼락에 벽화만이 푸근하게 절 입구 분위기를 낸다.
산청 심적정사 해행당에 두 스님이 반갑게 창문을 열고 반긴다. 자세히 보니 출가를 권하는 포스터다. 포스터 아래 털신이 정겹게 놓여있다.
들머리에 있는 해행당에 두 스님이 반갑게 창문을 열고 반긴다. 자세히 보니 출가를 권하는 포스터다. 포스터 아래 털신이 정겹게 놓여있다. 해행당 앞을 지나 용왕각을 가는데 작은 동자승 조형물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살짝 옆에 기대어 누워 자는 동자승의 모습이 귀엽다. 나 역시 그처럼 쉰다. 동자승을 지나자 대웅전과 산신각, 나한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소담한 절이다.
산청 심적정사는 대웅전과 산신각, 나한전이 한눈에 들어오는 소담한 절이 다.
대웅전 앞에 안내판이 이 작지만 사연 깊은 절의 역사를 들려준다. 원래 심적사는 산청읍 내리에 있었던 절이다. 통일신라 말인 929년(경순왕 3)에 세워다고 하지만 내력은 알려진바 없다. 이곳에 있는 석조불상군은 원래 심적사에 있었던 것인데 한국 전쟁 때 절이 불에 타버려 삼봉산 동룡굴에 잠시 모셔두었다. 심적정사가 지리에 재건되고 나한전을 세우면서 다시 이곳으로 모셔와 봉안했다. 원래 22기의 불상인데 1기는 한국전쟁 때 분실되어 본존불인 석가모니불을 비롯해 16나한상 등이 함께 한다. 나한전을 달리 응진전(應眞殿)이라고도 한다.
산청 심적정사 대웅전 앞에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아무런 글자도 없다. 마치 나를 돌아보는 거울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다.
먼저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 앞에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아무런 글자도 없다. 마치 나를 돌아보는 거울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다. 대웅전 안 본존불 왼편에 작은 석불이 있고 오른편에는 산신각에 보통 있는 호랑이를 탄 산신 조형물이 있다. 시계는 오후 1시 50분에서 멈췄다. 보기 좋은 ‘V’ 자형을 만든다.
산청 심적정사 대웅전에 잠시 열어놓은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색색의 연등에 담긴 소망을 잔잔히 흔들린다. 덩달아 삼배를 올리며 마음 깊이 품었던 소원 하나 살포시 꺼냈다.
본존불 앞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사바 대중들의 이름들이 연등에 매달려 있다. 잠시 열어놓은 문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색색의 연등에 담긴 소망을 잔잔히 흔들린다. 덩달아 삼배를 올리며 마음 깊이 품었던 소원 하나 살포시 꺼냈다.
산청 심적정사 대웅전을 나오자 햇살에 반짝이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뗑그렁’ 맑은소리를 낸다.
대웅전을 나오자 햇살에 반짝이는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뗑그렁’ 맑은소리를 낸다. 속세의 묵은 때가 잠시 사라지자 마치 최종 깨달음을 얻어 번뇌가 모두 사라진 ‘나한’처럼 성자가 된 기분이다. 나한전인 응진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산청 심적정사 나한전
옛날 강원도에서 난리를 피해 모셔왔던 나한불이 동짓날 외로이 절을 지킨 스님에게 마을에서 팥죽을 시주받아 먹였다는 전설을 떠올리며 삼배를 올렸다. 거칠고 투박한 표현의 나한상이지만 두 손을 한곳으로 모으고 합장하는 간절함은 어디와 견줄 곳 없다.
산청 심적정사 나한전에 모셔져 있는 나한상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두 손을 한곳으로 모으고 합장하는 간절함은 어디와 견줄 곳 없다.
나한전을 나와 산신전으로 향했다. 이곳이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여느 산신전과 달리 여신이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께하는 탱화가 걸렸다.
산청 심적정사 산신각에 모셔진 산신 탱화
아담한 절이라 대웅전과 나한전, 산신각을 둘러보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풍경 소리가 그리워 대웅전으로 향했다. 주위 아파트와 건물 숲 사이 풍경 소리가 흐른다.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 위로 햇살이 곱게 떨어진다.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들자 처마 밑 풍경 소리가 조용히 마음을 두드린다.
'경남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청여행-햇살 드는 자리로 봄 마중 가다 - 산청조산공원 (0) | 2017.03.06 |
---|---|
함양여행, 봄 기지개를 켤 때가 되었다고 일러주는 함양 휴천 마을 (0) | 2017.03.04 |
고성여행,구르미 달빛 그리듯 아내와 데이트를 즐기다-고성 장산숲 (0) | 2017.02.22 |
의령여행,의령사람들은 좋겠다, 겨울방학 알차게 보낼 곳을 가져서 (0) | 2017.02.21 |
산청여행,겨울 끝자락을 움켜쥔 얼음 아래 봄 부르는 소리를 듣다-산청 지곡사터 (0) | 2017.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