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 곤충생태관, 의병박물관을 찾아서
아이의 겨울방학도 절정을 향해간다. 춥다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이를 위해 춥지 않은 실내에서 자연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우리는 1월 12일 경남 의령으로 향했다.
농경문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의령농경문화홍보관
의령읍 내 입구에 있는 의령민속싸움장 근처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는 우리를 곽재우 장군의 그림과 함께한 ‘대한민국 의령! 의병을 외치다!’는 붉은 바탕, 흰 글씨가 가슴을 뛰게 한다. 아쉽게도 <농경문화홍보관>은 휴관이다. 근처 할아버지 한 분이 지나가며 “오늘 몸이 안 좋아 문을 못 열었다요”라고 전해준다. 아쉬움을 달래고 의병도시숲을 걸었다. 나뭇잎 모두 떨군 민낯의 나무 사이로 사람들의 바람이 돌무덤으로 솟아 있다. 숨길 곳도 없는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가 우리를 보고 “까아~까아” 반긴다.
의령 의병도시숲
의병길이 나온다. 곽재우 장군과 함께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에서 의병활동을 펼친 장수 주몽룡의 행적이 나온다. 18장군 길을 따라 의병 장군들의 행적이 적힌 비석을 아이는 찬찬히 읽는다. 이들의 나라 사랑 마음인 양 근처 남천은 열매가 붉게 빛난다. 여러 길을 따라 걷는 여유로움이 겨울을 잠시 잊게 한다. 길이 바뀌면 새로운 풍경이 드러나지만 길이 끝나는 부근에 <의령곤충생태학습관>이 나온다.
의령 곤충생태학습관은 곤충도감 속으로 들어가 책을 보는 듯 재미나다
건물 앞에는 앙증스러운 애벌레 조형물이 을씨년스런 날씨에 초록빛 웃음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머리 위로 겨울 철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간다. 건물로 들어가자 곤충세계관이 나온다. 초록빛 동네에 들어섰다. 아이는 ‘곤충이 뭐예요?’라는 스크린 영상을 구경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꿀벌인 줄 알았던 꽃등에가 사실은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이라니 놀랐다.
TV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드는 삼각관계, 곤충도 예외가 아니다. 꿀벌과 꽃은 꿀과 열매를 주고받는 공생과 진딧물 몸속에 알을 낳는 진디벌의 기생관계까지. 옆에서는 나비인지 나방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내 무지를 일깨우는 전시물이 눈에 들어온다. 우는 매미는 수컷이고 우는 시간도 다르다는 전시물 앞에서는 여름에 매미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들어선다. 숲의 재단사라 불리는 거위벌레가 잎사귀를 잘라 집 만드는 과정이 조형물로 전시돼 구경했다.
닥터피쉬 체험
‘곤충으로 사간의 실마리를 잡다!’는 법의학 곤충에 관한 내용은 흥미로워 저만치 가버린 아이를 놓칠 정도로 재미나게 끝까지 읽었다. 사망 후 10분~14일 이내에 검정파리, 쉬파리, 금파리가 나타나고 14일~50일 이내는 딱정벌레, 송장벌레가 나타난다니 곤충의 출현으로 사망시각을 유추할 수 있는 셈이다.
잠자리 날개의 비밀, 소금쟁이는 어떻게 물 위에 뜰까요?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시물은 여기에 들어오는 나와 아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전시실을 나와 유리 돔 실로 들어가자 목 아래가 볼록한 이구아나가 멀뚱멀뚱 우리를 바라본다. 따뜻한 온실에는 꽃기린과 같은 열대식물들이 하얀 꽃을 피웠다. 수족관 닥터피쉬에 손가락을 넣었다. 손가락을 간질이며 닥터피쉬들이 마사지를 한다.
곤충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의령 곤충생태학습관
2층 체험실로 옮겼다. 저만치 가던 아이는 곤충의 눈으로 보는 체험 망원경 앞에 꼼짝을 하지 않는다. 신기한 모양이다. 모기, 나비, 파리, 메뚜기의 먹이를 찾아보는 퍼즐도 재미나다. 나는 개미의 집으로 초대받아 몸을 한껏 낮추고 들어갔다. 건축가다운 개미의 집에 들어선 소인국에 들어선 거인이었다.
개미의 집으로 초대 받아 들어가면 소인국의 거인이 된다.
체험실을 나와 옆 곤충문화실로 들어갔다.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무려 16만 마리가 넘는 배추흰나비의 앞날개를 손수 자로 폈다는 석주명 박사의 열정에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는 자원 곤충도 알아보고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길 저물거든 꽃잎 속에서 자고 가자/ 꽃잎이 푸접하거든 잎에서라도 자고 가자’는 ‘청구영언’에 나오는 시조도 조용히 읊조렸다.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무려 16만 마리가 넘는 배추흰나비의 앞날개를 손수 자로 폈다는 석주명 박사의 열정에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의령곤충생태학습관>을 나와 꽃댕강 울타리를 지나 가시나무 사이를 거닐었다. 엄마 품속 아이처럼 가시 열매가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매달려 있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자 타버린 듯 매달린 잎사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나무 무리가 나온다. 느리게 걸어야 보인다. 갈색으로 물든 사이를 나오자 조팝나무가 귀엽게 노랗고 하얗게 꽃 피워 바람에 한들거린다. 한 박자씩 쉬어가듯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시간이 즐겁다.
박자씩 쉬어가듯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며 의령 의병도시숲을 걷자 조팝나무가 귀엽게 노랗고 하얗게 꽃 피워 바람에 한들거리며 인사한다.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의병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얀 말에 붉은 옷을 입고 앞으로 내달리는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상이 반긴다. 왼쪽 전시실로 들어가 의령의 지역 문화와 역사를 관람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본 보물 637호 수레바퀴모양토기가 의령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문득 가야시대 토기에 술을 부어 마시면 어떤 맛일까 생각하는 사이 아이는 저만치 가버린다.
의령 의병박물관
곽재우, 윤탁, 박사제, 오운 등 18명의 의병 장군 이름 터널을 시작으로 의병의 역사와 의의를 살피는 전시실로 들어갔다. ‘의병이란?’ 국가의 명령이나 징발을 기다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나 외세에 대항한 민군(民軍)이란 간단명료한 사실부터 임진왜란 발발 전후의 동북아 국제 정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의병박물관은 의병에 관한 간단명료한 사실부터 임진왜란 발발 전후의 동북아 국제 정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영상물을 통해 의병의 활동을 편하게 관람한 뒤 3D 영상물을 시청했다. 2층 특별전시실에서 눈길 머물고 발길 끄는 마애불 사진전을 구경한 뒤 의령의 먹거리를 찾았다. 읍내 시장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냉소바를 나는 온소바를 메밀만두와 함께 먹었다.
의령 나들이에서 빠질 수 없는 맛집에서 소바를 먹었다. 즐거운 추억을 먹었다.
의령은 바람이 머물고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아이와 함께 의병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이고 곤충의 생태를 알차게 구경한 시간이었다. 의령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멀리 가지 않아도 큰돈 들이지 않아도 아이와 알차게 겨울방학을 보낼 곳을 가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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