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는 손톱만큼밖에 안 돼. 그런데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이 아주 큰 역할을 한 거야. 역사 소설 한 권이 삼국지 시대를 그 어느 시대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루도록 한 셈이야.”
매실주 한 잔이 불콰하게 달아오른 저녁. 식탁에 나란히 앉은 우리 부자는 함께 교육방송 EBS의 다시보기를 통해 ‘삼국지-삼국정립’부터 ‘북벌까지 다큐멘터리 3편을 연달아 보았다.
중국의 삼국 시대(三國時代)는 조조가 위를 세운 220년부터 시작해 오가 진에게 멸망한 280년까지다. 실제는 후한이 몰락하기 시작한 ‘황건적의 난’부터 시작한다. 거의 100년 정도의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도 당시 영웅호걸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이어져 오는 것은 소설 『삼국지연의』의 공이다.
“아빠, 중국 삼국지 시대에는 우리나라는 어땠어요?”
아이의 질문에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연대표를 찾아 책꽂이에서 여러 권의 책을 가져왔다. 당시 중국 삼국지의 배경인 위촉오 무렵에는 우리나라도 이제 가야를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가 나라의 틀을 만들어 가던 무렵이다. 만주를 비롯한 북아시아 지역에는 선비족이 있었다. 일본은 야요이 시대가 끝나고 야마토 정권 시대다. 인도는 굽타왕조, 아랍지역은 파르티아 왕조에서 사산 왕조 페르시아로 넘어갈 무렵이다. 유럽은 로마제국시대고 라틴아메리카 지역에는 마야, 안데스 문명이 시작했을 즈음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요 격전지 중 하나인 적벽, 이릉, 장강 등의 지명 속에 사람들이 만든 역사가 깃들어 있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무수히 쌓인 시간의 층을 돌아보았다.
삼국지는 끝나지 않았다. 삼국지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읽히는 한 삼국지를 비롯해 역사는 깊고 넓어질 것이다. 곁들여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손권 등의 영웅호걸을 위해 무수히 숨져간 이름없는 민중들의 넋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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