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혔다. 아침부터 일찍 서둔다고 서둘렀는데...
아내 출근시키고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빨래 개고 화분에 물주고. 베란다에 이불을 햇볕에 널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은 시각이 오전 9시. 그런데도 오후 1시 현재까지 마무리를 못 했다.
욕심이다. 주절주절 천 년이 넘는 진주 역사를 컴퓨터 자판 너머로 꾸깃꾸깃 넣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주아이쿱생협 역사기행에 따라가서 진주 도심을 걸었던 흔적을 글로 옮기고 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전화로 물었다. 길가에서 본 들꽃 이름을 알고 싶어 앱 사이트에 문의하기도 했다. 네이버 검색은 물론이고 구글도 찾고 다음도 기웃거렸다.
진주 역사를 찾으면서도 『세계사』도 들여다보았다. 지나가면서 본 ‘토트’라는 이집트 신에 관한 이야기 한 줄 적기 위해서다. 혹시나 글쓰기에 파묻힐까 태블릿 피시에 60분 단위로 타이머도 걸었다. 타이머가 몇 번이나 울리고도 아직이다.
사이사이 빨래도 널고 땅콩도 먹었다.
글쓰기, 쉽지 않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이건 사는 게 아니다. 생계형 글쓰기(?)다. 일당 5만 원짜리가 아니라 글 한 편에 5만 원이다. 5만 원 벌기가 어디 쉬운 가 싶지만 어렵다. 팔도 쭉쭉 뻗어 보고 8층 너머 햇살도 구경한다. 오전 중에 한창 “내 나이가 어때서”가 쿵작쿵작 울리더니 이젠 노래도 멈췄다.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원에서 한껏 잔치가 열린 모양이다. 잔치 노래가 끝나자 점심때를 맞은 중학교 아이들의 왁자지껄 소리가 들린다.
아직 해는 가운데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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