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뿌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대사가 다시금 내게 묻는다. 내가 뽑은 지도자가 실정을 한다면 나는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
드라마 <뿌리깊은나무>. 몇 년 전 정말 재미나게 본방 사수는 물론이고 재방,삼방도 보고 대본집도 구해 읽었다. 원작도 읽는 등 내게는 재미와 함께 숨 막히는 이야기 전개에 가슴앓이를 했었다.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이 이도 앞에서 처음으로 밝혀지는 순간이다. 네 인물이 팽팽히 대결 구도를 이루며, 그 사이에서 빚어지는 긴장감이 전체적으로 푸르른 화면 색감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서로의 심리전이 극에 달한 순간, 오히려 태연하게 술을 한 잔 마시는 정기준의 모습이 시청자에게는 더욱 숨 막히는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장면도 긴장감을 안겨주었지만 대사는 잊을 수 없었다.
정기준 : 헌데... 너의 글자는... 그 욕망 통제체계를 무너뜨리려 한다.
지옥문을 열고 있는 것이야.
이도 : 그것을 어찌 지옥이라고만 하는가?
백성이 글을 배워, 그 길로 삼강을 알고, 오륜을 알게 되면,
인간의 도리를 알고, 성리학적 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것이 지옥인가?
정기준 : 백성이 글을 알면, 읽게 될 것이고,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즐거움을 알게 되면,
결국 그들은 지혜를 갖는다. 누구나 지혜를 가지면, 쓰고 싶어진다.
무엇을 위해 쓰겠는가? 욕망이다.
이도 : 그것이 왜! 지옥이란 말이냐!
정기준 : 모르겠는가!!! 그들의 욕망은 결국 정치를 향하게 되어 있어!
국가의 정책에 관여하려 할 테고, 나아가서!
.... 그들의 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려 들 것이다.
이도 : 그들이 그들의 지도자를 뽑는다...? 그것이 지옥인가?
(사진제공 = <뿌리깊은나무>대본집 2권(북로그컴퍼니 출판사)
정기준 : (버럭)이도!!! 동서고금에 그런 무책임한 제도가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치는 책임이다! 유사 이래 정치의 본질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
정치는 오직 책임이야!
헌데 그들이 그들의 지도자를 뽑는다???
허면 그 지도자가 실정을 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지?
그 지도자를 뽑은 백성을 모두 죽여야 하나?
이도, 즉 세종대왕은 드라마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도 : ....... 어찌 너에겐 백성에 대한 신뢰가 이리도 없단 말인가?
어찌 그리된 것인가? 정기준...
정기준 : 내가 백성으로 살았으니까...
저들에겐 희망이 없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건, 저 무지몽매하고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군중이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몇 몇이다.
이도 : 정말 그리 생각한다면 측은한 일이로다...
정기준 : 측은이라... 난 당신이 더 측은하다. 왜? 당신의 진심을 아니까.....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비극을 접하면서 <뿌리깊은 나무>에 나오는 대사가 다시금 내게 묻는다. 내가 뽑은 지도자가 실정을 한다면 나는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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