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유쾌하게 김칫국 마신 주말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10. 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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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일요일 휴무.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난 뒤 집안 분위기가 싸아~’하다. 아내는 집 청소를 한다. 초등학교 다니는 둘째와 막내 녀석이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심기가 불편한 마나님. 며칠전에 시험을 끝낸 중학생인 첫째에게 산이나 갈까 하고 제안했지만, 그저 집에 있겠단다. 집에 있으면 불똥이 튀질 모르니 삼십육계가 최고인데 녀석은 집에서 뒹굴모양이다.

이따 올께~”

“1시간이면 되는데 뭘···.”

나보다 자주 선학산을 찾는 아내는 금방 오는데 하는 표정이다.

 

 

근처 선학산으로 걸었다. 얼마 만에 올라가는 산인지 모른다. 게을러 내려온 산에 왜 올라가느냐며 한껏 게으름을 피운 내 삶이었는데.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힘겹게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것은 싫다. 다행히 선학산에 지난달 전망대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눈이 깜짝. 모처럼 산행을 나섰다. 반소매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 아파트 숲을 나오는데 쌀쌀하다. 바람막이라도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쉽다 느낄 즈음 차들의 소음도 사라지고 선학산 중턱인 상대동 배수장에 도착했다. 채 세 살이 되지 않은 아이도 엄마 손잡고 아빠랑 올라간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보이고.

땀이 빠꼼거리며 얼굴에 맺힌 무렵, 전화가 울렸다.

, ~ 제가 산이라서···. , 2~3시에 보내겠습니다. 마감 때문에 그렇지요?”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전략팀장인 권범철 기자의 전화다. 1012일에 <해찬솔 일기장>(블로그)에 올린 <1 여름방학이야기> 사진이 좋다며 원본을 요청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김칫국을 마셨다.

권 기자는 지난 71일 자부터 시사만평 '권범철의 그림 세상'을 통해 지역의 주요 현안과 문제를 아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더 관심을 가진 것은 지역민들의 삶을 캐리커처 속에 담아내는 '남촌수필'이다.

오호라 사진이 좋았다고 했으니, 큰애의 사진을 보고 <남촌수필, 화무십일> 소재로 삼는구나혼자 신이 났다.

 

 

선학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내밀한 진주의 속살이 햇살에 반짝이듯 내 마음은 이미 떡줄 사람 생각도 않는 김칫국 한 사발에 시원했다.

2시간여 만에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아내에게 해찬이 캐리커처가 신문에 날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다들 왜라는 표정을 짓더니 좋아하는 표정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 문득 캐리커처가 아니라 <갱상도블로그>에 실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남촌수필>은 금요일자에 나오는데 벌써 오늘 마감할 일은 없고 아이가 <남촌수필>에 나올 깜냥도 아닌데. 김칫국을 마셨구나 하면서도 속으로 유쾌하게 웃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 뜨자 현관문 열고 신문을 받아들자 바로 맨 뒷면으로 눈을 돌렸다. <갱상도블로그>에 아이는 어르신과 햇살 같은 맑은 웃음을 띤 채 <해찬솔일기장>이 실렸다.

어제 한가득 김칫국을 마셨지만, 오늘 아침 식탁에 오른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즐겁게 한 주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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