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라며 연금저축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권하는 요즘이다. 노후를 위해 귀농·귀촌을 소개하기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노인세대의 느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금의 내 나이에 비춰 좀 더 늙고 경제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 2시간이면 80세 몸 상태로 실제 생활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2006년 노인의 일상생활을 올바르게 이해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노인생애체험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서울 효창공원에 위치한 노인생애체험센터에 들어서면 300만 원 상당의 체험복과 무게만 6kg 되는 도구를 장착한다. 장비 구조가 80세 노인에게 맞도록 꾸며져 초등학생부터 40~50대 중장년까지도 바로 팔, 다리, 손가락이 저린 노인으로 탈바꿈한다. 다리 등의 골절로 깁스를 한 채 병원에 얼마간 누워 있어도 불편하고 답답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절로 “아이고~”. “안 보여요.”하는 아쉬운 장탄식이 나오고 몸이 맘같이 움직이지 않는데 저 자신에게 갑갑하다는 것을 바로 느낀다. 마치 미래로 떠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나를 만나는 느낌이다.
체험복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은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거실, 주방, 욕실, 침실 등을 실연해보고 일상생활 속에서 노인들이 얼마나 현재 불편하게 살고 있는지 느끼게 되어 있다. 가령 도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을 때랑 전동 침대에 누워 보면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싱크대의 높낮이를 버튼 하나로 조절하면 도구 때문에 관절 사용이 어려워 허리 펴고 굽히기 어려운 가상의 노인들도 쉽게 싱크대를 이용할 수 있다. 노인세대가 편리하면 노인이 아닌 세대도 더불어 편리하다. 나이가 들면 노안이 많이 오는데 특히 녹내장과 백내장 체험 안경을 쓰면 세상은 온통 뿌옇다. 눈에 보이는 게 없다. 가까이 있는 음료수병의 유통기한을 살피기도 어렵다. 큰 글자체가 고맙게 여겨지고 소중하다.
또한, 휠체어를 타고 경사를 오르내리고 방 문턱 1cm가 얼마나 높은 벽(?)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일상생활 속에 어르신들이 겪는 불편함과 고통을 정말 가슴으로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연로하신 아버님(91세)이 TV볼륨을 크게 하실 때 힘들어했던 나. 또 온돌방이 효도라고 생각했던 나. 모두가 나의 착각임을 알았습니다. 오늘 체험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용 후기처럼 노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는 오해를 없애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직접 할머니, 할아버지를 몸소 체험하면서 노인 처지를 이해하면서 세대 간의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 노후 대책뿐 아니라 세대 간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젊은 세대 못지않게 노인복지시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도 모시는 어르신들에게 이론으로 배운 것을 간접 경험을 통해 더욱 더 잘 모실 기회가 된다.
노인생애체험센터는 노인 이전의 세대가 노인이 된 이후의 일상생활을 가상적으로 체험함으로써 노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증진하고 사회적으로 노인을 위한 물리적 환경개선의 필요성을 마련하는 역할도 한다.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혀, 세대 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체험관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09:00~ 17:00)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참여하고자 한다면 약 일주일 전에 전화, 팩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문의전화 02-712-6400. 홈페이지 주소 www.aging-simulation.or.kr
※ 사진은 노인생애체험센터 홈페이지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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