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중1, 여름방학 이야기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10. 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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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여름방학 중 나와 함께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빠인 나를 따라 나서 장애인생활시설 <성심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오전 730, 어르신들 아침 식사 도움부터 오후 6시 저녁 식사 도움까지. 경남 진주인 집에서 아침 630분 나서서 산청에 도착해 아침과 점심을 원내 식당에서 먹고 저녁 7,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되는 온종일을 아이의 친구와 나는 함께했다.

 

방학을 떠나 아침에 일어나기 힘겨워하는 아이가 아빠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틀의 봉사 기간 다른 부서가 아닌 내가 일하는 유닛(남회복실)에 붙들어 두었다. 중학생 봉사자는 자칫 봉사자가 아니라 직원들이 그들을 챙겨야 할 상황이 많은 까닭에 다른 동료에게 민폐가 될까 내가 내내 봉사활동을 시켰다. 첫날 아침 식사 도움 때부터 뻘쭘하더니 원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잠시의 휴식 뒤 청소. 아이는 내게 차라리 청소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어르신들이 가졌는데 단지 청소에만 얽매이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상을 침상에 누워지내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세상의 풋풋한 소통의 기회인 중학생을 활용해 산책도 권유하고 신문과 책을 읽어드리며 말벗도 유도했다.

 

50여 년이 넘는 시간 터울은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산책 중 경호강 언저리 산책로에서 가져간 신문을 읽어드리기를 통해 서로 말을 트는 기회를 잡길 바랐지만 여의치 않았다. 문득 한국전쟁 때 부사관으로 복무한 어르신께 군대 이야기를 청했더니 경상도 사나이처럼 무뚝뚝한 어르신이 무용담으로 입을 열자 다행히 모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좋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모두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복이 가득한 여름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참, 이 사진은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한 <2013년 자원봉사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우수상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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