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내 앞의 고추잠자리, 코스모스처럼 엉덩이 실룩샐룩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10. 4. 11:00
728x90

 

 

오늘 아내를 출근시키고 차를 몰아 경남 진주시 문산읍으로 향했다. 평일 휴무의 넉넉함을 즐겨보려고 서둘렀다. 어제 내린 가을비에 땅은 물기를 머금었다. 사람들은 없었다. 그저 나 혼자 이 넓은 꽃밭을 독차지하는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붕붕거리는 소리와 함께 꿀벌들이 겨울을 앞두고 한창 꿀을 모으기 바쁜지 낯선 사람의 출연에도 알은체 없이 하얗고 빨간 코스모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코스모스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 이번에는 빨간 고추를 닮은 고추잠자리가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처럼 내 앞에서 엉덩이 실룩샐룩 이며 앞서서 걷는다. 녀석을 따라 거닐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그저 푸른 하늘에 실려오는 바람이 좋았다.

 

 

 

가을. 떠오르는 꽃은 국화도 있지만, 코스모스가 먼저다. 내 사는 주위에도 코스모스 축제가 한창이다. 경남 진주시 대평면 진양호 코스모스 축제를 비롯한 문산읍 <허수아비-코스모스> 축제도 있고 하동군 북천면 <코스모스-메밀> 축제도 있다. 어찌 코스모스 축제가 비단 이 지역에서만 할까. 그럼에도 여기 진주시 문산읍 허수아비 코스모스 축제를 다른 곳 제쳐놓고 제일 먼저 찾은 것은 딱 두 가지다! 여섯 번째를 맞았는데도 아직 가보지 않았다는 것과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래서 시골스러운 맛이 난다는 이웃의 추천 때문이다. 진주 남강을 낮과 밤을 수놓는 유등축제를 비롯해 개천예술제와 드라마축제가 열리는 시내를 불과 20여 분 내외 벗어난 곳에서 열리는 자연의 축제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세련된 도회지의 이미지가 아니라 텁텁하지만 질리지 않는 시골의 맛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문산읍의 중심지인 사거리에서 경상대학교 방향으로 가다 신촌마을에서 왼편으로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 두산마을로 가는 길이 축제장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강강술래> 춤추며 노래하는 허수아비가 노란 들녘에 서 있어 한눈에 봐도 축제장임을 알 수 있다. 신촌마을 입구에서 두산마을까지 논을 사이에 두고 정촌면으로 나가는 아스팔트 길과 배가 익어가는 시멘트 농로길이 있다. 12.7ha의 논에는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사이로 읍내 주민과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500여 점의 허수아비가 마치 사열을 받는 군인들처럼 건강하게 길가에 서 있다. 허수아비들의 사열을 받으면 장군이라 된 듯하다.

 

허수아비 코스모스 축제장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흰색 그리고 파란색 물감으로만 칠했다. 노란 황금 들판과 빨간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 흰 코스모스와 메밀, 그리고 파란 하늘만이 이곳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보리출판사에서 펴낸 <보리어린이식물도감>에 따르면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인데 콜럼버스가 유럽에 옮겨 심으면서 세계로 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00년 전부터 심어 길렀다고 하는데 거름기 없는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고 잘 퍼지기 때문에 길가에 많이 심어왔단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만난 까닭에 세계에 퍼진 게 어디 코스모스뿐일까 마는 새삼 지구촌을 느꼈다.

 

 

코스모스 꽃밭 사이사이에 정자가 있어 발걸음 세우고 잠시 쉬어가게 한다. 건강한 어른이라면 불과 1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을 꽃밭이다. 하지만 아침 9시를 넘기고 10시를 향해 갈 무렵 여기저기 노란 학원이며 어린이집 차들이 사람들을 쏟아내 꽃밭에 숨은 사람을 만든다. 코스모스보다 더 싱그러운 표정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해맑다. 1~2m의 간격을 두고 멀찍이 앞서서 걷는 흰머리가 반이나 넘은 무뚝뚝한 경상도 아저씨를 따라 양산을 받쳐 든 아줌마.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속에 허수아비와 함께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걷는 두 분 사이로 가을 햇살이 곱게 따라다닌다.

 

‘느껴봐요! 옛 정서를 함께해요! 우리의 추억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제6회 코스모스와 함께하는 허수아비’ 축제는 10월 10일까지 문산읍 옥산리 ․ 두산리 가을 들판에서 열린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