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9. 1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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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 남강다리 반쯤 걸어 나왔다 다시 돌아서서

 촉석루 강변 통술거리로 발 길을 내민다 / 누구 기다려 줄 벗도 없는데···

 말술 두렵지 않던 50대 / 술은 까마득한 여인처럼 내 고독을 키웠다

 달빛도 취해 비틀거리는 남강물에 / 학춤을 추던 화인 월초

 유등꽃 사이로 잔을 흔든다 / 진주의 밤은 이제 시작인데

 안주 하나 더 시켜놓고 자리비운 / 촉석루 대밭 바람 소리

 마산행 막버스를 세운다“

 

이광석 시인의 <진주에 가면>이라는 시처럼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 더구나 진주 남강에 10월 1일부터 13일까지 유등꽃을 피울 때면 더욱더.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살지만 유등축제가 아니더라도 진주시 천전동(옛 망경동과 옛 칠암동) 일대 남강변의 진양교-진주교-천수교에 2.9km의 거리를 남가람문화거리를 거닐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면적은 7만 1,085㎡에 달하는 이 거리는 전국 최초의 문화예술거리로 지정된 명성 만큼 둘러보고 즐기는 경치가 좋다. 야외공연장·조각광장·죽림단지·송죽매단지·어린이교통교육장·체육시설 등이 있다. 이밖에도 천년광장·중앙광장·죽림산책로·체육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승용차를 버렸다. 남강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법원 앞에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 진양교. 본격적으로 남강을 거닌다. 차들은 바삐 다리 위를 도로를 달리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두 다리로, 두 눈으로 천천히 주위를 남강을 바라보았다.

 

 

 

진양교를 건너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옆으로 남강을 걸으면 벌써 저만치에서 나보다 먼저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남강 바람에 붙어 오는 시원한 바람 한 점에 가을 한 낮치고는 무더운 열기를 식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나를 도심이 아닌 낯선 풍경으로 이끌 문이 열리는 듯 대나무숲이 반긴다.

 

 

 

대나무 숲길을 사이에 두고 왼편으로 진주 시내가 오른편으로는 남강이 흐른다. 마치 서로 연인으로 삼고자 밀고 당기는 긴장의 삼각 관계처럼.

 

 

 

대나무 숲길을 나오면 35m 높이의 국기게양대 위 태극기가 바람이 펄렁인다. 그 앞으로 여름이면 괘나 많은 아이들이 더위를 핑계 삼아 뛰 놀았을 분수대가 보인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앞 야외공연장. 마침 경남전통문화예술축제가 열렸다. 신명나는 북소리며 소리가 강을 뒤덮는다. 비단 오늘만이 아니라도 언제나 이곳에는 크고 작은 행사가 낮과 밤을 이어 열린다.

 

 

 

노랫가락 하나, 춤사위 하나 구경하고 강가로 걸었다. 뒤벼리다. 낭떠러지를 말하는 벼랑을 말하는 벼리는 남강변 따라 깎아지른 절벽을 말한다. 진주성 동쪽으로 흘러가던 남강물이 갑자기 오른쪽 선학산과 만나 휘돌아 가면서 절경을 이룬다. 지금은 왕복 4차선 도로가 진주 도동지역을 연결하지만 예전에는 물이 벌람하지 않으면 이 길을 따라 사람들이 오고 갔다고 한다. 지금은 쌩쌩 달리는 차량들의 도로 한켠에 인도 있고 강변에는 황톳길 산책로가 마련되어 강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걸을 수 있다.

 

강변 그늘막에서 준비해간 간식과 커피를 먹었다. 달짝지근한 커피가 입안에 착착 붙는 것처럼 건너편 뒤벼리를 바라보는 두 눈도 뗄 수 없다.

 

 

 

어느새 진주교를 지나자 유등축제를 앞두고 소망등 터널을 만들기가 한창이다. 한들거리는 소망등에 푸른 하늘이 춤춘다.

 

 

남강변 소망등 터널 위쪽으로 올라가면 진주 천년을 기념하는 천년광장이 나온다.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를 형상화한 <새천년의 빛>이라는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물줄기를 내지도 않지만 저녁과 여름에는 항상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보는 눈을 즐겁게 했지만 스텐레스관 아래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심장이 벌렁벌렁거리게 한다.

 

 

다시 시작되는 대나무 숲길. 진주성 맞은편이라 진주성과 촉석루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유등축제 때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이곳을 거닐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영글어 간다. 어둠이 내려 앉으면 이곳에도  낮과 달리 <밤에 피는 진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막차를 놓치고 싶은지 모른다.

 

진주의 진산(眞山)인 비봉산의 봉황이 언제나 제자리 뛰기식으로 날개짓만 하여야 하는데, 정작 날아 가버릴 경우는 큰일 난다하여 대책을 세운 것이 이 대나무숲이다. 봉황의 가출을 막기  위해 먹이인 죽실을 뜻하는 죽동과 함께 오래전부터 남강을 따라 대나무밭을 조성해 왔던 것을 다시금 산책로로 만들었다.

 

 

진양교에서 진주교를 거쳐 천수교까지 빠른 걸음이면 1시간도 채 안 걸릴 거리이지만 남강 바람에, 구름 하나에 몸과 마음을 빼기다 보면 발걸음을 쉬 옮기지 못한다. 남강과 진주성, 뒤벼리의 넋빠지게 하는 풍경과 함께 어우러진 남가람 문화거리는 34만 진주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진주시의 관광명소 중의 명소다. 당일코스도 좋지만 하루밤 묵고 가면 더 좋다. 밤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진주 남강의 야경은 아예 주저 앉아 그저 바라보게 만들기에 막차를 놓치고 하루를 자고 가게 한다. 진주성, 촉석루와 의암, 음악분수, 남가람문화거리는 남강변을 따라 제각각 화려하고 황홀한 빛으로 고백한다.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함께 하자고.

 

들고간 카메라는 남강에 비친 촉석루와 진주성을 한폭의 그림처럼 잡아내지만 낮이 아닌 밤이 주는 진주 야경 생각에 그저 발길을 돌려야하는 처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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