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원주민도 몰랐던 진주의 속살 들여다보기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10. 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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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나서 진주에서 사는 진주 원주민이지만 진주의 은밀한 속살을 제대로 구경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다. 다만 진주의 내밀한 속살을 쉽게 구경하는 방법이 생겼다. 선학산 전망대에서 진주의 속살을 구경해보러 가자.

 

지리산을 가까이하고 있는 진주지만 정작 진주에는 높은 산이 없다. 진주의 진산(鎭山)이라는 비봉산이 138m이고 선학산은 134m. 진주에서 높다고 하는 집현산이 577m이고, 방어산 530m, 오봉산 524m이지만 그나마 이 산들도 시내보다는 다소 멀찍이 떨어져 있다. 진주 전체면적 가운데 높이가 100m 이하인 땅이 약 70%. 남강과 함께 형성된 너른 들판과 구릉이 대부분인 셈이다. 그렇다고 진주에 있는 산들을 낮잡아 볼 수 없다. 태산보다 낮지만 올라서면 그 풍경이 결코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마음가짐과 다른 또 다른 즐거움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처럼 게 일러 1년에 몇 번 정도 산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선학산은 내가 사는 진주시 하대동에서 불과 1시간여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비단 하대동뿐 아니라 상대동이며 초장동 등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선학산이다. 그런 까닭에 진주 시민들의 사랑은 한몸에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려갈 산, 왜 올라가느냐는 심사 뒤틀린 내 마음도 선학산을 향한, 아니 내밀한 진주의 속살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930일 남강 유등축제 개막을 앞두고 선학산 전망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숲으로 가득한 아파트 단지를 20여 분 벗어나자 벌써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보이고 나처럼 올라가는 사람도 보인다. 땀을 흘릴 사이도 없이 벌써 상대동 배수장에 이르러자 이제 산의 능선이 기다린다. 상대동 배수장 근처까지 차를 세울 수 있어 별다른 고생 없이 바로 산의 능선을 탈 수 있다. 물론 배수장 근처에 이미 아파트 숲이 지척이다. 등산이 아니라 그저 산책로를 걷는다는 기분이다. 3살이 되지 않아 걸음마 익히고 나선 여자아이가 한 손으로는 엄마 손을 꼬옥 잡고 또 다른 한 손으로 아빠 손을 잡고 걷는다. 그 옆에는 언니인 듯 5살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의 손도 필요 없다는 듯 당당하게 앞서서 걷는다.

 

 

배수장을 지나자마자 왼편과 오른편에 과수원 길 울타리를 둘러싼 덩굴들이 긴 터널처럼 감싼다. 그다지 오르고 내리고 하는 굴곡이 없다가 비로소 다소 가파른 길이 나온다. 배수장에서 걸어온 지 10분 정도 걸으면 고함소리와 기합 소리가 들린다. 바로 배드민턴 클럽이 만든 간이 실내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이 한창이다. 근처 너른 곳곳에는 체육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놓여 있어 모두 운동 삼매경이다.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오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왼편과 오른편 그리고 가운데. 전망대를 만들기 위해 임도를 차들이 들고나는 모양이고 왼편으로는 임시 길을 만든 모양이다. 산에 올라오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듯 정상으로 가는 능선도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유모차에 아이 태워서 오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지만, 운동화에 밟히는 부드러운 흙의 느낌과 나무 짙은 그늘이 좋아 나는 오솔길로 걸었다. 불과 2Km 걸으면 정상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제 정말 선학산에 온 까닭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올라오는 동안에도 나무 사이사이로 진주 시내를 보았지만 탁 트인 곳에서 진주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선학산 전망대. 걸으면서 일상의 스트레스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저만치 사라졌다면 선학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진주 시내의 모습은 엔도르핀 가득한 보약 한 첩 마신 느낌이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진주성은 물론이고 저 멀리 삼천포 와룡산이며 지리산도 보인다. 전망대 1층에는 깔끔한 화장실이 기분 좋은 산책의 더 신 나게 하고 2층 전망대에서 햇살 한 줌 가슴에 담았다. 가방 속에 가져온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진주 시내. 이 세상 이보다 더 좋은 카페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묻고 싶다.

진주의 속살은 환한 낮이 아니라 밤에 오면 더 좋을 듯하다. 남강을 수놓은 많은 유등은 축제가 끝나 하나둘 치워지지만 여기 낮보다 더 화려한 밤에 피는 진주 야경이 있기 때문이다. 밤에 피는 진주는 진주에 가면 막차를 놓치고 싶다는 시인의 시가 괜한 말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이글은 경상남도 인터넷신문 <경남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http://news.gsnd.net/?p=3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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