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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맛집 장원막국수, 오래 두었던 약속 한 끼

부여맛집 장원막국수는 제 마음속에 오래 두었던 약속 한 끼였습니다. 부여에 갈 때마다 혼자 이 집을 찾았습니다. 면을 들며 다음에는 꼭 마나님과 함께 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까지 셋이 나란히 앉는 날을 그려 보았습니다. 약속을 이번 길에 이뤘습니다. 구드래나루터 뒤편 장원막국수 앞에 섰습니다. 이 집은 오래전부터 부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들던 자리입니다. 백마강과 부소산성을 오가던 여행자들이 한 그릇씩 마음을 내려놓던 곳이라고들 말합니다. 오래 두었던 약속 한 끼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대기 줄이 뱀 꼬리처럼 길게 이어졌을 자리입니다. 우리가 찾은 시각은 점심 절정을 지난 오후 1시 30분이었습니다. 날이 차가운 덕에 다행히 대기 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국숫집 특성상..

고성탈박물관, 말뚝이 곁에서 쉬다

겨울 끝자락에 다시 고성으로 갔습니다. 재단장했다는 소식보다, 말뚝이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시를 보러 간다기보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성탈박물관 문을 여는 순간,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탈을 보러 갔다가 하루를 맡긴 손님처럼 일상의 긴장을 덜어냈습니다. 말뚝이 영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간의 공기가 다릅니다. 예전의 고성탈박물관은 조용한 전시장이었습니다. 탈은 유리 안에 놓여 있었고, 관람객은 설명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만난 박물관은 입구부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1층 중앙로비 한가운데에 말뚝이가 등장합니다. 화면 속 말뚝이는 하루를 기록하듯 움직입니다. 다녀온 길과 머문 자리, 스쳐 간 생각을 혼잣말처럼 이어갑니다. 영..

경남이야기 2026.02.05

진주 응석사 무환자나무, 의사가 싫어한다는 나무 이야기

어머니 모시고 병원 다녀오던 날이었습니다. 무병장수라는 말이 귓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차를 집현산 쪽으로 돌렸습니다. 응석사. 그곳에 무환자나무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저수지에서 절까지, 길이 먼저 건네는 인사진주 도동지역에서 합천으로 가는 옛 국도변에 이르면 정평교차로가 나옵니다.여기에서 집현산 쪽으로 더 들어가면 응석사저수지가 먼저 반갑게 맞이합니다. 물은 겨울인데도 얼지 않고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산그림자가 수면에 반쯤 누우니 물빛은 초록과 회색 사이에서 흔들렸습니다. 둑 위에 서자 솔숲이 잉크처럼 내려와 물 끝을 찍었습니다. 저수지는 절로 들어가는 첫 문장 같았습니다.저수지를 에둘러 가자 저만치 절이 성큼 다가와 고개를 내밀었습니다.일주문 기와 끝은 제비 꼬리처럼 ..

진주 속 진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