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해바라기 어르신, 정력 강장제를 보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3. 1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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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좋아 어르신들을 모시고 요양원 앞으로 나왔습니다. 해바라기가 된 어르신들.

햇살에 샤워하고 있노라니 주위의 뭇 생명들도 봄기운에 취해서 하나둘 새 생명을 잉태했네요.

 

 

화단에 아직 풀잎들이 죽어 마른 사이로 고개 숙인 할미꽃이 피었습니다. 어찌나 깊게 고개를 떨구고 았던지 꽃을 제대로 보자고 저도 땅에 거의 엎드려야 했네요. 하얀 털이 매달린 모습이 흰 머리를 떠오르게 하네요.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추억이랍니다.

할미꽃에는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한 늙은 할머니가 두 손녀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큰 손녀는 얼굴이나 자태는 예뻤지만 마음씨가 아주 고약했으며, 둘째 손녀는 비록 얼굴을 못생겼으나 마음씨는 비단결처럼 고왔다.

어느덧 두 손녀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얼굴이 예쁜 큰 손녀는 가까운 이웃 마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갔다. 그러나 얼굴이 못생긴 둘째 손녀는 고개 너머 마을의 아주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둘째 손녀는 먼 데로 시집을 가게되자 홀로 남게 된 할머니를 자기가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큰 손녀는 남의 눈도 있으니 가까이에 사는 자기가 할머니를 돌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집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큰 손녀는 홀로 계신 할머니를 소홀히 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할머니는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도 가까이 살고 있는 큰 손녀는 모른 체 하며 지냈다.

할머니는 마음씨 고운 둘째 손녀가 그리웠다. 그래서 할머니는 둘째 손녀를 찾아 산너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러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할머니가 어떻게 그 높은 고개를 넘어 갈 수 있었으랴.

가파른 산길을 오르던 할머니는 기진맥진하여 둘째 손녀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쓰러져 버렸다. 그러고는 말 한마디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늦게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둘째 손녀는 허겁지겁 달려와서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통곡했지만 돌아가신 할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둘째 손녀는 시집의 뒷동산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 늘 바라보며 슬퍼했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나왔다. 그 풀은 할머니의 허리 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둘째 손녀는 이때부터 할머니가 죽어 꽃이 되었다고 믿고, 이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꽃 백가지>(현암사)

 

 

 

 

 

요양원 뒤 뜨락의 매화도 하루가 다르게 꽃을 피워 어느새 온천지를 하얀 색으로 빛납니다. 근데 저기 노란 빛이 파란 하늘 사이로 하늘하늘 거립니다. 산수유네요. 봄하면 떠오르는 개나리,벚나무보다 일찍 피는 산수유가 봄이 왔다고 인사를 하는 양 노란 손수건 마냥 우리에게 손짓하더군요.

산수유의 별명은 '대학나무'라고 합니다. 한때는 이나무가 세 그루만 있어도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산수유 열매로 만든 술은 옛날부터 정력 강장제로 소문난 술입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힘이 솟구치는 느낌입니다.

 

산수유 열매로 담근 과실주 이야기가 정력에 좋다는 말에 할아버지들도 저처럼 힘이 솟구치는 모양입니다.  싱그러운 봄 기운에 "그래 우리도 봄맞이하자"로 결론 지었습니다. 우리는 '봄맞이'로 술 한잔하기로 했습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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