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타임머신타고 정겨운 과거로 떠나는 산청읍내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2. 8. 20:01
728x90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데 내가 찾은 날은 설대목도 지난 한파가 전국을 얼려버린 날이었다. 두터운 잠바에 얼굴도 푹 묻고 손은 잠바 속에 꽁꽁 넣었다. 찬바람에 들고간 카메라를 끄집어내기 싫었다. 근데 웬걸 진주에서 산청가는 국도 3호선에서 산청읍내로 들어서자 솟대가 반기더니 결국 가방 속에 추운 날씨만큼이나 움츠려 있던 카메라를 끄집었다. 손시린 것도 잊은 채 카메라 어깨 매고 산청읍내를 돌아다녔다.

 

 

 

 

 

 

2009년에 방영된 SBS드라마 한예슬, 고수 주연의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배경이 들어온다. 발전이 더뎌 70~80년대 시대 배경에 고스란히 담근 풍경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읍내가 멈추었다.

 


 

 

 

 

읍내 곳곳의 담장에는 벽화가 마치 계절을 잊게 한다. 숨은 그림 찾기 마냥 찾아보는 색다른 즐거움도 있을 터.

 

 

찬바람에 코가 시리고 귀가 차갑다. 읍내 제일 번화가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산청지부에 들어가 뜨거운 물에 믹스커피 한 잔을 마셨다. 물론 옆에 있는 협압측정기며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도 공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고 공짜 밝히면 머리 벗겨진다지만 산청읍내에는 공짜가 많다. 가령 농협처럼 믹스커피를 그저 타 마시도록 한 곳도 있고 산청우체국에는 커피자판기가 공짜다. 다양한 읽을거리를 갖춰 시간보내기도 그만이다. 시골인심이 그래서 더욱 정겨운지 모른다. 도회지에서는 바쁘다고, 많은 예치금을 낸 VIP정도 돼야 커피 한 잔 공짜로 대접받는 것에 비하면 이곳은 모두가 VIP인 셈이다.

 

 

농협 옆에는 ‘시가 흐르는 거리’라고 이름 지어진 곳에 시가 적힌 시비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군청 앞에는 조산공원이 있다. 마치 도심 속의 공원과 같은 곳이겠지만 읍내가 자연 속에 들어와 있어 공원이 있을까 싶지만 군청 앞에는 ‘조산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공원 끝자락에는 십여 년 전부터 담장을 허물고 이웃들에게 개방한 <어머니의 정원>이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할머니께서 기웃기웃 살피는 나를 먼저 반기신다. 덕분에 이 정원의 내력도 잠시 들었고 읍내주민들의 사랑방구실도 하는 정원 한켠의 사랑방도 구경했다.
“산청만큼 좋은 곳도 없소...”
커피 한 잔을 모르는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건네주려는 할머니의 인정에 추운 바람도 잠시 잊게 한다.

 

 

 

꽃피는 봄이면 더욱 정원이 아름다우니 꼭 다시 와보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 하고 군청 뒤로 걸음을 옮겼다. ‘맑은 거울’같다는 경호강이 흐르는 사이로 이름 없는 정자가 운치 있게 강을 내려다보는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참 맑다, 곱다.

산청읍내는 돈 많다고 지위 높다고 VIP로 대접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를 정겹게 대접하는 넉넉한 시간과 여유가 있는 동네다.

 

윗글은 경남이야기에서도 함께합니다.

http://news.gsnd.net/news2011/asp/news.asp?code=0100&key=20130208.99001140309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