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새벽에 단잠을 깨워 미안합니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10. 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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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3일 개천절. 중증장애인복지시설 경남 산청 성심원.

어둠이 아직은 짙게 드리운 새벽3시30분.

급하게 한창 단잠에 빠져 있을 동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새벽에 단잠을 깨워 미안합니다... 돈보스코 어르신을 급하게 병원으로 모셔야겠습니다. 구급차는 요양원 앞에 세워 두겠습니다. 집중치료실(ICU)로 와주세요..."

 

 

동료의 단잠을 깨우기 앞서 새벽2시. 구내전화기 소리가 먼저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들면 가픈 숨소리만 들릴뿐 목소리는 없다. 다급히 요양원 3층 당직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3층 라운딩을 부탁했다. 우리도 2층을 돌았다. 혹여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이 방, 저 방 확인하고 있는데 전화를 건 분을 알기 어렵다.

다시 구내전화기가 울렸다. 3층 반장님.

지금 돈보스코 어르신이 위독하다며 급히 오란다. 3층 직원에게 전화로 알려주고 기다렸다.

수녀님도 오시고. 혈압이나 체온, 당도 정상인데 어르신은 갑자기 말을 어눌하게 하고 인지력이 급하게 떨어진다. 3층에서 집중치료실로 모셔 수액제를 수녀님이 놓았다. 말2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말을 간간히 시켜보지만 어르신은 예수님 사진만 찾으신다. 예수님 사진이 없어 작은 성모조각상을 머리맡에 두었다.

 

혹여 머리쪽...

수녀님을 개천절이라 전문의를 만나기 어렵지만 응급실로 가보자고 하신다.

기숙사에서 잠을 자든 동료도 오고 구급차에 태워 진주로 새벽공기를 가리고 출발했다.

어르신이 잠시 머문 침대에는 시트마저 들것에 내어주고 을씨년스럽다.

성모님만 덩그러니 남았다.

 

 

한바탕의 요란이 지나고 한숨 돌리니 아침이 밝아오는 6시. 아침을 알리는 대성당 종소리가 울리고 성당으로 향하는 어르신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제 한몸 움직이기 힘들어 워커라는 이동보조기구에 의지한 어르신이 앞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의 손을 맞잡고 성당으로 가신다.

 

 

성당에 아침 기도와 미사를 위해 들어가시는 두 분이 피를 나눈 자매마냥 다정도 하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건물들이 윤곽을 드러내는 아침7시. 안개가 자욱하더니 그마저도 걷혀간다.

 

 

새벽4시 급하게 병원으로 가셨던 어르신은 다시 돌아오셨다. 혈액과 CT촬영 등을 했는데 딱히 원인을 알 수 없어 돌아오셨단다. 내일 전문의가 출근하면 MRI촬영을 할 예정이란다. 걱정이 되어 동료 어르신들이 병문안을 왔다. 직원에게 가족의 연락처를 가르쳐주며 전화를 부탁하신다.

 

 

밤9시30분부터 다음날 7시30분까지의 밤근무를 마치고 요양원을 나서는데 요양원 입구에 성물(聖物)방에 예수님조각상이 눈에 띈다.

환하게 웃는 예수께서 오늘도 건강한 웃음을 던져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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