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하동코스모스 마을 '배 상사'의 당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10. 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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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북천면 코스모스메밀꽃축제에 10월5일 다녀왔다. 동요 코스모스가 생각나는 하루였다.

코스모스

김경희 요

김성균 곡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길가에 코스모스 얼굴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길가에 코스모스 얼굴

달님이 살짝 입맞췄더니 달님이 살짝 입맞췄더니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길가에 코스모스 얼굴

 

 

평일이라 사람들은 다소 덜 북적거려 여유롭게 꽃 잔치를 즐겼다.

 

 

개울건너고 좁은 논두렁 지나고. 한바퀴 도는데 2시간30여분이 걸렸다. 등줄기에는 제법 많은 땀을 쏟았다. 어디 자리 펴고 앉은 것도 아닌데 쾌나 넓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개울가  너머로 연인이 울긋불긋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코스모스가 연인의 사랑에 춤추듯 한들한들. 내게도 저런 떄가 있었다. 아니 마나님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내는 근무중이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각자 바쁘고 소중한 일을 한다. 평일 휴무의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여기저기 카메라에 담는다고 바쁘다.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를 온몸으로 흐느껴 알려주는 코스모스.

 

 

 

여간해서는 독사진을 촬영하지 않는데 오늘은 가지고 간 삼각대에 의지해서 셀프로 흔적을 남겼다. 여기 하동코스모스축제를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나도 모르고. 근데 눈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긴장했네.

 

 

세번에 걸친 태풍으로 조롱박터널은 예전만 못하다. 바람에 떨어진 것을 망사에 엮은 노력이 애절하다.

 

 

 

 

하동 코스모스 마을에서 '배 상사'로 불린다는 여든 셋의 배차현 할아버지. 자신의 논을 관광객들을 위한 코스모스밭으로 내어주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먹을 양식을 위해 논두렁에 찰벼를 심어 수확을 하고 계셨다.  배 상사 할아버지는 한국전쟁때 선임하사로 복무하셨다. 누렇게 익은 벼를 낫으로 베어내며 힘들다며 힘들다하시면서 자신의 군복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들려주셨다. 지금도 소주 댓병을 일 할때마다 마신다며 은근히 건강도 자랑이시다. 제대 후 고향 사천 곤명면에서 농사를 지어 생활하셨는데 이마저도 진주남강댐 보강공사로 수몰되었단다. 현재의 인근 하동북천으로 터전을 옮겨 내외 두 분이 생활하고 계신다.

 

근데 한창 신나게 군복무와 농사이야기를 하시던 어르신이 갑자기 나를 똑바로 보며 정색하며 말씀을 하신다.

"호박 얼마한다고 5천원이면 살것을... 우리 할멈이 심어놓은 호박을 해마다 관광오는 사람들이 뽑아가 버려..."

산과 들에서 재미로 한두개 딴 호박이며 나물도 엄연히 키우고 가꾸는 농부님의 피와 땀의 결실인 것을. 코스모스와 메밀꽃 구경하면서 인근에 심어둔 호박 등을 함부로 뽑아가지 말아야겠다.

 

 

메밀은 코스모스에 비길 정도로 넓게 심어져 있지 않다. 하얀 메밀꽃은 붉은 코스모스 사이로 더욱 하얀 빛을 더한다. 이효석의 <메밀꽃필무렵>에 나오는 소금을 뿌려 놓은 메밀밭을 달빛 안아 걸어볼까...즐거운 상상도 한다.

 

 

 

코스모스와 메밀이외 다양햔 꽃들로 화단을 가꾸었지만 코스모스와 메밀꽃의 자태에 비길 수 없다.

 

 

코스모스 꽃 사이로 코스모스그네를 타는 연인. 여자친구의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는 남자. 나중엔 여자친구가 내리자 혼자 그네를 힘차게 타본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네타고 노는 모습이 부럽다.

 

 

이름마저 코스모스역이 되어 버린 <북천코스모스역>. 코스모스가 역내를 가득 채웠다.

하루 12번 기차가 오고간다.

그 시간이면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코스모스의 환영을 받으며 들어오는 기차를 촬영한다. 코스모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기차를 촬영한다.

 

 

기차는 떠나면서 코스모스 승객만 남겨두었는지 역구내는 코스모스로 가득하다. 철로 사이로 핀 코스모스. 어느때고 이렇게 철로를 거닐어 보게는가. 더구나 코스모스와 함께.

 

 

 

하동북천코스모스 축제는 10월7일로 막을 내린다. 이번 주말이 마지막이다. 매년 9월중순부터 10월초까지 열리는 하동코스모스메밀꽃축제. 내년을 기다릴 수 없다면 이번 주말을 놓치면 아쉬움을 클거다. 기차로 북천코스모스역에서 내려 코스모스하늘거리는 하동북천코스모스메밀꽃축제, 꽃들의 향연을 즐겨보자. 메밀국수 한 그릇에 가을을 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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