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태풍 산바 덕분에 만난 28년지기(?)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9. 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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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 성심원.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인 '성심교'.

태풍<산바>가 통과한다는 예보처럼 쉴새 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빗님은 단순히 산청군에만 내리는 게 아니고 성심원 앞을 지나는 경호강은 지리산자락의 모든 물들이 또한 함께 흘러 갑니다.

덕분에 지금도 많이 내리는데 그 물들이 하나같이 모여서 간다면 얼마나 기세가 등등할지...

 

 

점심 때가 다되어 갈 무렵 갑자기 요양원 2층 입구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런 표정으로 밖을 내다 봅니다.

 

 

"꽐꽐" 마치 샘솟듯 빗물이 모여 흐르는 '우수관'이 각종 흙 등으로 솟구쳐 오릅니다.

옛 수녀원이 있던 곳의 축대 일부가 무너지기도 하고...

 

 

요양원 앞에 우수관에 빗물이 빠지지 못하고 오히려 넘치자 장댓비를 두려워 하지 않고 흙 등의 막힌 배수구 입구를 뚫는 직원이 있씁니다.

 

 

한명이 두명이 되고 수명이 되었습니다.

 

 

오후2시쯤. 하늘에서는 드디어 비가 멈췄습니다. 하지만 경호강은 성심교를 덮쳤습니다.

 

 

경호강은 성심교만 덮친게 아니라 지리산둘레길(수철-어천구간)도 반사경 위까지 흙탕물로 채웁니다.

 

 

성심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집에 귀가하기를 포기해야하나 걱정했지만 비가 멈춤 사실에 안도를 합니다. 퇴근 무렵에는 빠질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최소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여 '삽질'과 '빗질'을 했습니다. 흙탕물을쓸고 담고...

 

 

근데 이게 왠 걸까요?

1984년8월9일 제조일자가 선명하게 찍힌 <OB맥주>캔. 지금은 볼래야 볼 수 없는 28년 전의 부드러운 맛의 대명사 OB맥주. 하이트맥주가 나외 전까지 OB맥주는 저의 기호품이었는데 이 녀석은 제가 술을 배우기 전보다 더 먼저 나왔네요.

태풍 <산바>덕분에 28년만에 나온 소중한 벗입니다.,

태풍이 아니라면 꼭 꼭 숨어 있던 이 녀석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을겁니다.

아마도 28년 전에 어딘가에 버려졌다가 배수구 등이 솟구쳐 이렇게 우리에게 드러났지요.

만약 28년이 아니라 280년 후에 발견했다면 뭐라고 할까요?

당시의 사람들은 이것을 즐겨 애용한 술(?)이라고 박물관에 진열해 있지 않을지.

 

 

오후2시부터 시작해 6시가까이까지 모두가 태풍으로 생채기를 입은 뜨락을 복구하는 사이로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퇴근 무렵 성심교. 비는 그치고 물이 빠졌지만 아직도 그 기세는 힘찹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경호강. 

이 물들은 마치 우리가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까지, 부산까지 생생 달리듯 한달음에 경남 진주의 남강으로 해서 낙동강으로 내달리겠지요.

낙동강으로 내달린 녀석은 다시 남해, 태평양.

자신이 만들어졌던 바다로 돌아가는 셈이네요.

 

 

 

 

돌고도는 물이지만 그래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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