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의 기도소리 메아리 되어 귓가를 맴돕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늘 당신은 주님을 애타게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아흔아홉에 곁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당신은 늘 어둠 속에서 살아오셨습니다. 여느 날처럼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는 당신께 여쭈었습니다. 누구위해 기도하시냐고. 기도를 잠시 멈추고 가녀린 목 힘주어 가며 내뱉은 한마디. “내 딸, 하나뿐인 내 딸래미.” 당신보다 먼저 주님 곁으로 간 자식들을 가슴에 묻고 하나뿐인, 팔순을 바라보는 딸을 위해 한평생, 자신이 가진 모든 것 기도로써 엄마의 역할을 하고자 했네요. 서른에 한센병 걸린 설움도, 3년 뒤 남편을 먼저 보낸 아픔도, 두 눈 보이지 않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육신의 고통도, 아마도 어린 3남매의 엄마로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깝고 서러웠던 우 안나 할머니. 이제는 하느님 품에서 얼굴조차 가물거리는 남편과 두 아들을 눈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 너머에서 재회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평소 떡을 좋아하는 당신은 ‘떡순이’라는 애칭까지 지니고 계셨지요. 한 손에 떡을 움켜진 채 너무나도 맛나게 떡을 잡수시는 당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그리울까요. 여느 날처럼 조용히 앉아 묵주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볼에 살면서 입맞춤을 했습니다. 낯설고 부끄러우셨는지 ‘허허’ 하며 웃으셨던, 영락없는 소녀였네요.
‘싸늘한 주검일지라도 청각기능만은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말에 딱딱하게 굳은 할머니 주검에 대답 없는 말을 건넸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이제 당신의 기도소리 메아리 되어 귓가를 맴돕니다.
정다희
※ 윗글은 9월19일 새벽, 아흔아홉의 생을 마감하고 하느님 곁으로 훌쩍 떠나신 우안나 할머니를 추모하며 쓴 정다희 성심원 사회복지사의 글입니다. 유가족의 동의를 구해 사진과 글을 올립니다. 할머니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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