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에나'덥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7.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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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덥다.

에나는 참말로, 진짜로 라는 뜻을 가진 경남 진주의 사투리다. 초복, 중복도 지나고 말복을 향해 내달리는 8월의 낮더위, 숨이 턱턱 막히고 들숨에 허파가 타는 듯 뜨겁다.

 

 

83일 그나마 햇살의 절정을 피했다는 오후 4시 무렵 산청 아니, 성심원에 도착했다. 지리산자락을 병풍처럼 두른 성심원으로 건너기 위해 성심교를 지났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거울을 닮았다는 경호강의 맑은 물에 잠시 내 모습을 살폈다

 

 

 

찜통더위에 사람들은 없는 줄 알았다. 이게 왠걸. 12일의 이수근이 1박한 수철마을에서 어천마을까지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 6코스가 있는 줄 이미 알았지만 사람들은 성심원 뜨락의 푸른 잔디 주변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아래에 있는지 몰랐다.

(참조 지리산둘레길을 거닐다  http://blog.daum.net/haechansol71/220

          호동이는 언제오노 http://blog.daum.net/haechansol71/213)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마을 어귀에 자리 잡아 정자구실을 하지만 하늘정원 그늘막인양 은행나무 한 그루가 역할을 맡았다. 은행나무 밑에는 평상처럼 나무테크가 있고 옆에 정자가 있고 성모마리아 상이 있다. 다들 한창 더위에 조금은 늘어져 있다. 늘어진 사람들의 표정에는 더위에 지친 얼굴이 아니다. 모두들 기다리는 폼새다. 나도 자연 에어컨 바람을 쐬러 시원한 은행나무 그늘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불어오는 바람 한 점이 먼저 검은 숲과 같은 머리카락을 지나 이마를 타고 내려 눈과 입술을 지나며 얼굴의 땀을 훔친다. <풍현마을>이라는 행정지명처럼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는 바람이 많다. 젊은 아빠가 정자에 누워 잠든 아이의 온몸을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의 바람을 불러 부채질한다.

 

 

 

땀 훔치고 숨고르기를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천막 아래 부채 만들기가 한창이다. 아이의 손을 도와 곁에서 엄마가 파란 물감을 묻힌 붓을 들어 부채에 시원한 파도를 일렁거리게 한다. 그너머로는 원형뺏지 만드는 한무리가 보이고 한켠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담은 주사위를 던지며 어떤 말씀이 나왔길래 하하호호웃는 소리 멈추지 않는지 궁금했다. 각종 체험을 해보는 부스를 지나니 그림들이 장승처럼 길가에서 눈을 즐겁게 마주친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이로 끼니 때를 알리는 배꼽시계에 정구지(부추)넣은 찌짐 굽는 소리에 콧구멍은 평수를 넓힌다. 산청 막걸리 한 사발에 찌짐 한 접시.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탁주를 꿀꺽꿀꺽 마시고 젓가락으로 찢은 찌짐을 입안에 넣으니 그만이다. 간단히 요기를 마치니 울긋불긋 마치 수줍은 새색시마냥 호객하지 못하는 할머니들 앞에 천연약초비누가 보인다. 이곳 성심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소일거리 삼아 만든 지리산 약초 등을 넘은 비누를 팔고 있다. 마침 집에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가 생각나 아토피에 좋다는 것으로 2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성심원 뜨락이자 지리산 둘레길을 거닐며 구경하는 사이사이로 햇살은 지고 어둠이 사뭇 몰려왔다. 둥근 달님이 전원주택처럼 그림같은 노인전문주택(가정사)사이로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사이로 내가 꽃보다 아름답다며 안치환이 노래 부른다. 이틀 전에는 포르치운쿨라 축제가 열렸고 어제는 생명과 평화에 대해 실상사 도법스님의 말씀이 이곳 뜨락에 울렸다.

 

 

가난과 정결, 순종을 뜻하는 3개의 매듭이 묶인 줄을 농부들이 즐겨 입던 부대자루 옷 허리에 질끈 동여매고 청빈한 생활과 소외된 이웃들을 아무 조건 없이 껴안은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포르치운쿨라축제가 12일 열렸다. 서양의 가톨릭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양의 불교 도법스님의 법론이 저녁에 이어졌다. 내일은 이해인 수녀님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골라 듣는 말씀과 행사가 있다.

한때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을 등진 한센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 성심원. 한센병을 완치했지만 아직도 편견과 차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센병의 후유장애로 몸이 불편한 이들이 생활하는 복지시설 성심원.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평화와 화합 그리고 상생의 바람이.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함께 사는 마을에서 여름의 열정을, 사랑을 듬뿍 받아간다.

 

이상은 타임머신을 타고 다가오는 8월3일 경남 산청 성심원에서 열리는 '성심인애축제'를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실제 축제가 열리는 8월1일부터 5일까지 성심원을 방문한다고 해서 위와 같은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글 내용처럼 즐거운 나들이길이 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성심원 소식지 8월호에도 함께 실릴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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