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하하하 웃지는 못해도 입꼬리는 올라가는 하하하 전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4. 3.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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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라고 드라마 <미생>에서 말했습니다. 어느 곳에 서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도 달라 보이는 게 많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민화(民畵)가 아닐까, 싶습니다. 집안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걸렸던 그림이 조명 등의 도움을 받아 전시 공간에서 우리를 반기면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진주 도심을 감싸듯 에둘러 가는 남강 강가에 자리한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하하하 전(展)’이 4월 2일까지 열립니다.

<진주 민화 아틀리에>라는 이름으로 맺은 소중한 인연과 소망을 담은 회원들의 작품이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마침 찾은 날에는 제2 전시실에서는 수채화전이 열리고 있어 잠시 수채화의 물결에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회관 벽면에서 김철수 화백의 판화를 형상화한 그림들이 눈길과 발길을 먼저 머물게 합니다.
 
‘나 당신께 드릴 수 있는 이것 하나’라는 글귀와 함께 공경하게 받들어 올리는 마음이 전해지는 듯 제2 전시실로 옮겨가는 걸음도 가벼워집니다.

서는 위치? 걸리는 위치가 달라지면….

전시실에 들어서자, 벚꽃들이 진분홍빛으로 활짝 웃으며 반기듯 꽃 그림 등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딱딱하게 굳은 일상 속 긴장을 스르륵 풀게 합니다.

입구 오른쪽에는 민화를 담은 부채와 작은 액자 그림 등이 있습니다. 판매도 겸하고 있습니다.
 

전시실은 모란과 일봉오월도가 많이 걸려 있습니다. 뭇사람들의 바람 중 하나인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이 그림으로 담겨 있었지 싶습니다.
 

다섯 개의 산봉우리, 해와 달을 그린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조선 임금이 있는 곳이라면 배경처럼 등장하는 그림이라 사극 등에서도 쉽사리 접하는 그림입니다. 천지자연이 임금을 보필하듯 우리네 민중 삶도 그렇게 우주의 기운을 받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대부 서재를 돋보이게 할 책거리도 눈길을 끕니다.

걸음은 수련도(나순자 작)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으며 늘 맑고 화사한 모습이 인상적인 연꽃이 은은하게 분홍빛으로 우리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아마도 티 없이 살라는 듯, 아무리 어려운 일상이라도 이겨내라는 듯 응원의 기운이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위아람의 <소과도> 4개 작품에 이르면 다시금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게 있습니다. 작품 하나에는 나비는 한 마리인데 또 다른 작품은 벌이 2마리 그려져 있습니다. 나비보다 벌이 작아서 그럴까요? 말 없는 그림을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김옥희의 <다시, 사랑>은 새들이 모두 암수 한 쌍인데 오른쪽 끝부분에서는 한 마리만 그림 밖을 혼자 바라봅니다.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민화 속 궁금증을 안고 옆으로 옮기다 이정현 <묘하도>에서는 나뭇가지 아래 고양이 가족들이 정겹게 노는 모습이 반갑습니다. 까치는 이들 고양이 가족들이 보금자리에 온 것이 못마땅한지 내내 지저귑니다.
 

윤정의 <어해도>는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와 꽃이 함께 등장합니다. 익숙한 장면이 아니라 낯설기도 합니다. 물고기와 꽃나무라….
 

찰나의 방심에 전시실 가운데 한복에 걸린 맹호도의 호랑이에 놀라 뒷걸음칩니다. 호랑이에 놀라 뒤로 물러난 걸음 앞으로 당겨 다가서면 호랑이도 멍때리는 중입니다. 덩달아 우리는 넋을 놓으며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습니다.

마치 작품인 양 당당하게 남편이 내 편으로 스며들어

 

그러다 ‘영원한 자기편’이라는 리본 단 화분 앞에서 잠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마치 작품인 양 당당하게 남편이 내 편으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걸음은 모시에 그려진 모란과 풍경에서 잠시 눈을 감습니다. 봄바람에 펄럭이는 걸개와 함께 풍경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기분입니다.
 

뭇사람들이 실용적인 목적으로 생활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민화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숨을 고를 곁을 내어줍니다. 하하하 소리 내 크게 웃지는 못해도 슬며시 입꼬리는 올라가는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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