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맛집-설봉돼지국밥

밀양은 진주 촉석루를 닮은 영남루가 있어 유명한 동네입니다.

영남루 못지않은 돼지국밥이 또한 유명합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 온 사람들이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경상도 특히 밀양에서 자생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낙동강이 에워싸고 흘러가는 밀양은 비옥한 너른 들을 가진 동네입니다. 농경문화가 발달해 덩달아 농산물의 부산물을 이용한 축산업도 발달했습니다. 축산업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밀양은 오늘날 고속도로와 같은 <영남대로(嶺南大路)>와 낙동강을 뱃길이 지나는 주요 교통 길목입니다. 여행자들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이 발달했습니다. 돼지고기 잡내를 잡아주는 산초를 비롯한 다양한 식재료가 너른 들에서 풍부하게 자라는 특성 등이 오늘날 밀양의 국밥, 돼지국밥의 원조를 낫게 했는지 모릅니다.

 

돼지국밥의 원조 도시인 밀양에는 동부식육식당, 단골집 등을 비롯한 많은 돼지국밥 맛집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제가 찾은 곳은 설봉돼지국밥 집입니다.

 

주택가에 자리한 탓에 내비게이션 켜고 찾아가는 동안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국밥집 앞에 이른 시각은 저녁 먹기 다소 이른 오후 5시50분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열린 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식당이 아니라 여느 가정집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당에는 대기석이 있습니다. 화장실 쪽 벽면 앞에는 의자를 들고 벌선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궁금하게 합니다.

 

여느 가정집처럼 처마 아래에 들어서면 각종 민화가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먼저 이끕니다. 민화 아래 하루 한 장씩 떼는 달력이 붙어 있습니다. 한때 저 하루 한 장 떼어낸 종이는 메모지로 유용하게 사용했던 어릴 적이 떠오릅니다.

 

마루를 지나 방으로 들어서면 좌식 테이블 여러 개가 놓여 있습니다. 물론 입식으로 개조한 방도 있습니다.

 

돼지국밥과 맛보기 순대를 시켰습니다. 맛보기 순대는 1천 원인데 직접 이곳에서 만든 게 아닌 당면을 넣은 순대라 특별한 기대는 하지 않고 시키는 게 좋습니다.

 

차를 가져와 막걸리에 수육을 곁들였으면 하는 바람은 괜스레 침샘도 돋게 합니다.

 

주문하고 5분여 뒤 돼지국밥과 찬들이 쟁반에 놓여 제게로 왔습니다.

 

돼지가 목욕하고 지나가는 여느 국밥과 달리 돼지고기가 풍성합니다. 정구지(부추)를 곁들여 국밥을 말았습니다.

따로 나온 새우젓갈을 굳이 할 필요 없이 칼칼한 듯 진득합니다.

 

후루룩후루룩

덥다고 시원한 것만 먹을 수 없습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기분 좋게 그릇을 비웠습니다.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보약 한 첩을 먹을 듯 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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