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통영 가볼만한 곳 - 통영 서피랑 99계단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21. 6. 2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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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이스크림 같은 풍경이 함께 하는 통영 99계단

 

햇볕이 온 사방으로 튀어 자글자글 익어갑니다. 농익은 봄은 벌써 여름의 열기를 전하는 요즘입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떠오를 때 이름만 떠올려도 시원한 통영 99계단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통영 서피랑 아래로 향했습니다.

 

서피랑 99계단은 박경리 작가의 문학을 소재로 한 공모에서 선정된 통영미술청년작가회의 '나의 살던 고향은'이란 주제로 만든 벽화 골목길입니다. 작품 '나의 살던 고향은'은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 소설 속 바다와 섬으로 이뤄진 통영 풍경을 묘사했으며 계단길은 박경리 작가의 서재와 출간한 책 내용, 어록을 표현해 작가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통영 서호시장 맞은편 명정동주민센터에 차를 세웠습니다. 주위에는 유료주차장이 곳곳에 있어 차 세우기는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서피랑으로 향하는 99계단으로 걸음을 향하자 먼저 <아버지와 아들(박충의 작)>이라는 조형물이 반깁니다. ‘바다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가오는 배를 보면 아버지가 타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눈 비비고 일어나면 일터로 떠나시고 그 빈자리엔 그리만 남습니다라는 작품 설명이 잠시 하늘을 이불 삼아 누워계신 선친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형물을 떠나자 A3 크기의 게시물이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추도로 시집갔었지로 시작하는 장삼연 할머니 삶의 이력이 구수하게 전해옵니다.

 

할머니의 말씀 너머로 <명정골 세 공주 거리> 조형물이 다시금 걸음을 옮기게 합니다. 거리는 새터 시장과 충렬사, 서문고개에 이르는 거리를 말합니다.

명정골에 전해오는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공주가 박경리 선생이고 두 번째 공주가 윤보선 대통령 부인 공덕귀 여사랍니다. 세 번째 공주는 아직 태어나지 않아 모두가 손꼽아 기다린다니 누굴까 미래에 다가올 공주를 설레게 합니다.

 

서피랑 쉼터라는 친근한 글귀와 함께 할머니 세 분의 이야기가 담벼락에 붙어 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 온 이들처럼 친근합니다. 골목으로 가는 길에는 눈길과 발길을 끄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다시금 걸음은 서피랑 음악상자 앞에서 오가는 바람의 흥겨움에 숨을 골랐습니다.

숨 고르자 서피랑으로 향하는 골목이 나옵니다. 골목 입구에는 <서피랑 이야기>라는 이정표와 함께 99계단과 피아노 계단, 음악정원이 덧붙여 반깁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라는 반가운 환영 인사를 뒤로하고 계단을 올라가려니 <동행(박충의 작)>이라는 조형물이 걸음을 붙잡습니다.

은빛 물고기가 노니는 바다의 땅 통영, 그리고 행복한 서피랑 사람들이 함께 놉니다.’라는 작품 설명 덕분에 계단을 오르기 전에 벌써 골목길 사람들과 동행하는 기분입니다.

 

맞은 편에는 뚝지먼당길4’라는 도로명 주소와 함께 <73step>이 있습니다. 커피와 함께 독립출판물과 기념품 등을 파는 아트숍입니다.

 

통영 서피랑 99계단에 관한 안내판을 지나자 야트막한 언덕 위 계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박경리 선생의 어록 등이 계단을 올라가는 내내 발걸음을 가볍게 합니다.

 

서피랑 행복지기가 떠난 폐가에는 익살스럽게 웃는 그림이 대신 행복으로 채워줍니다.

 

계단 곳곳에는 앉아 쉬기 좋은 의자들이 있습니다.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사이 놓여 있어 바다를 가르며 날아가는 새가 된 듯 몸과 마음이 개운합니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정표가 길 잃을까 너무도 친절하게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오가는 바람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벤치에 앉습니다. 너머의 집들이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계단 옆으로 노란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피아노 계단 가는 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꽃길을 걷습니다. 걸음은 더욱더 가볍고 상쾌해집니다.

서피랑 음악파이프 앞에서 잠시 파이프를 울립니다. 덩달아 굳은 마음의 근육도 풀립니다.

 

 

장미 터널을 지나고 나비 의자를 지나면 커다란 후박나무가 넉넉하게 반깁니다.

후박나무 아래에 피아노 계단이 있습니다. 어떤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출입구가 막혀 있습니다.

 

피아노계단으로 올라가지 못해도 등 뒤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자 통영의 풍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다시금 99계단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꽃 대궐에서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개구쟁이 말뚝박기 조형물이 잠시 어릴 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합니다.

 

곁으로 박경리 선생의 사진과 함께 어록들이 새겨진 담벼락이 나옵니다. 담벼락에서 숨을 고릅니다.

 

젊은 날에 왜 몰랐을까?”라는 담벼락 글귀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하게 각인시켜줍니다.

서포루가 저만치 보입니다.

서포루에서 바라보는 병풍을 두른 듯한 풍경은 잠시 다음으로 미루고 계단을 다시금 찬찬히 내려갑니다.

 

뱃고동 소리는/ 맘속의 작은 시냇물/ 떠나지 못한 설움// 바람 부는 방죽/ 휘영청 달과 함께/ 듣던 뱃고동 소리// 그 항구에/ 가스등 술렁이고/ 남망산 모퉁이/ 돌아가던 밤 배//”

 

박경리 선생의 <밤 배>라는 시 한 편이 담벼락에서 시심에 젓게 합니다.

내려가며 담벼락에 쓰인 시들을 읽습니다. 마음은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웁니다. 무더위를 이겨낼 시원한 풍경을 한가득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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