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우리에게 주는 쉼표 같은 고성 상리연꽃공원
열심히 일한 우리에게 여행은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맘 놓고 다닐 수 없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 떠나는 나들이는 삶의 활기를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생활 방역은 물론이고 물리적 거리를 두면서도 찾을 수 있는 곳이 고성 상리연꽃공원입니다.
사천 정동면에서 고성으로 들어오면 만나는 고성 상리면은 아담한 동네입니다. 면사무소 앞 작은 로터리를 돌아 상리초등학교를 지나면 공원이 나옵니다.
들어서는 순간부터 일상의 찌꺼기가 씻기는 듯 마음이 개운합니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작은 공원이지만 넉넉하게 안아주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입구에 있는 연담루에 올랐습니다. 공원을 둘러봅니다. 상리연꽃공원의 연못은 농업용 저수지였으나 못 아래에 마을이 들어선 후 쓸모없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연꽃공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덕분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기 좋은 공간으로 우리를 반깁니다.
연담루를 내려와 공원을 거닙니다. ‘생이유상(生已有想)’이라는 팻말이 걸음을 붙잡습니다. 불교 대장경에서 연꽃은 10가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연꽃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연꽃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넓은 잎에 긴 대가 있어 한눈에 알 수 있는 셈입니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부러지지 않는 유연함과 은은한 꽃향기를 품어내는 연꽃 같은 사람이 되자 다짐하게 합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뺨을 어루만지고 지납니다. 노란 창포꽃이 덩달아 바람 장단을 춤을 춥니다.
근처의 하얀 영산홍이 시원한 아이스크림처럼 보입니다.
너머로 징검다리가 펼쳐져 잠시 다리를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나무 아래 긴 의자에 앉습니다. 가져간 캔 커피를 마십니다. 달곰합니다. 멍 때리듯 바라보는 아늑한 풍경 덕분에 마음에 평화가 깃듭니다.
숨을 고르고 다시금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발아래 괭이밥 꽃들이 황금인 양 풍요로운 노란빛으로 환하게 웃습니다.
돌탑이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솟구쳐 있습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에 바람을 담아 올렸습니다.
연못 가운데를 가로질러 놓인 산책로를 거닙니다. 물 위를 걷는 기분입니다.
한가운데 있는 지락정(知樂亭)에 올랐습니다. 그윽한 연향 그뿐만 아니라 물속 뛰노는 고기떼의 즐거움을 살필 수 있다는 안내 팻말이 아니더라도 주위를 둘러보기 그만입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두 눈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담기는 풍경의 깊이만큼 마음에는 평온이 일렁입니다.
잠시 코로나19 사태 덕분에 일상의 아름다움이 무엇이었는지, 얼마나 소중했는지 일깨우게 합니다. 삶에 지친 나에게 삶을 되돌아보고 재충전할 에너지를 안겨줍니다. 일상을 내려놓고 삶을 환기합니다. 몸과 마음에 쉼표 하나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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