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쯤 집 전화가 울렸다. 이미 출근한 아내다. 오늘 아내를 배웅할 때 아내는 내게 입은 옷을 입고 가지말라는 당부와 함께 전화는 끝났다.아마도 아내도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역시 어제 이발을 하며 머리정리를 했다.
2011년의 새해는 1월 1일이고 설날은 2월 3일이다. 정작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오히려 3월 2일이 본격적인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바로 공휴일인 삼일절 다음 날인 3월 2일이 새학년 진급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큰 애 해찬, 4학년 찬솔 그리고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막내 해솔. 바쁜 아내를 대신해서 입학식에는 아빠인 내가 참석했다. 입학식이 있는 오전 10시를 앞둔 9시 30분. 벌써 학교 입구는 아빠엄마와 함께 등교하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우리를 맞은 것은 종 학원 광고전단지를 나눠주는 인근 학원 선생님들이다.
입구에서부터 나눠 받은 각종 고지며 곁들여 준 각종 공책 등으로 들고 있기 어려워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에 도착하자 바로 정리하기 바빴다.
강당 입구에 붙은 아이들 명단과 반편성표. 5학년에 다니는 큰애가 처음 학교에 다닐때는 5학급까지 였는데 지금은 달랑 3학급. 그만큼 학생 수가 줄었다는, 저출산의 증거다. 더구나 5년전이나 지금이나 성별이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많이 난다. 해솔이가 다니는 1학년 3반 32명은 자 19명, 여자 13명. 남자 학생 6명이 짝지로 동성인 남자와 함께 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급 총원이 짝수라 짝지가 있었지만 혹여 홀수인 경우는 짝지 없는 사례도 있었다.
입학식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는 친구들이 없어서인지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해솔. 학교에 오기전에 <학교 가기 싫다>고 엄살을 이미 한 상태였다. 해솔은 아직 글자를 다 깨치치 못했다는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더구나 이미 재학 중인 형들이 막내를 놀리면서 공부에 대한, 선생님에 대한 공포(?)를 불어넣은 까닭도 학교거부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교장선생님의 입학허가 선포에 이은 인사말씀. 학생때나 학부모때나 다소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서서 말씀을 듣는게 아니라 앉아서 듣는게 다를뿐이다.
교장선생님은 여러 당부의 말씀을 햇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이 학생들의 말만 먼저 듣고 선생님과 학교를 평하지 말라는 당부다. 설사 학교나 선생님이 잘못했다해도 아이있는 자리에서 비난이나 비판을 삼가고 담임께 먼저 건의하라며 소통을 부탁했다. 아울러 각종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초청, 행사에 적극참여해 달라는 말씀이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것은 비단 학교만의 몫이 아니라 가정도 중요하다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부탁하셨다.
교통경찰보다 더 무서운 내 아이가 지켜본다는 생각에 더욱 교통질서를 비롯해 모범시민이 되어야할 까닭을 들었다.
말씀을 듣는 해솔의 무표정한 얼굴.
비교적 쉬운 말씀을 하는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이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어려울지 모른다. 환경이 낯설고 두렵겠지.
드디어 담임 선생님 소개시간.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다 긴장하고 있었다.
입학식에 재학생을 대표해 참석한 6학년과 1학년의 상견례. 언제 저렇게 클까 싶지만 이미 큰애가 5학년이 되어 버린 현실을 아는 학부모인 까닭에 금새 내 나이들어갈수록 아이는 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재학생의 국악공연.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모처럼 듣는 동요를 가야금 반주로 들으니 낯설기도 하면서 어릴적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생때로 잠시 돌아갔다.
노란 병아리처럼 선생님을 따라 아이들은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들어와 키큰 순서로 남자와 여자 아이가 줄을 서고 그렇게 짝지의 인연을 맺었다. 여자 짝지를 구하지 못한 남자아이들은 남자끼리 짝을 이루었다. 아마도 이 아이들이 크면 결혼할 배필은 어디서 구할까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아마도 그때는 지금처럼 수입(?)하는 국제결혼이 아니라 이미 세계화 지구촌 덕분에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 보편되겠지.
아이 셋을 키운 나름 베테랑이라는 아빠도 결국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까닭에 긴장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내게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 하나로 안심을 아이는 시킨다.
교탁 옆에 있는 교과서들이 1년동안 배워야할 교과목인듯하다.
오늘은 < 우리는 1학년>이라는 교재를 받았다. 새로운 교재를 받았던 아이는 마냥 신기한듯 몰입한다. 학교 생활 등에 관해 1달동안 배울 예정이라고 한다.
학부모들의 긴장도 아이들의 엉뚱발랄한 대답에 풀려간다.
<몇 시에 일어나 학교와야할까요?>
<1시요.>
교실 안은 웃음 소리가 파도처럼 일렁였다. 아직 학교라는 낯선 환경이 읷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사촌누나가 선물한 책가방에 통지문과 오늘 받은 책을 가방에 넣은 해솔은 그새 짝지와 장난을 친다. 저렇게 빨리 친구가 될 수 있는 아이들의 동심이 부럽다.
새내기들의 첫날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엄마의 손의 맞잡은 아이들은 내일 혼자와야한다는 선생님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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