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토지>를 쓰게 한 힘의 원천을 찾아-통영 문화동 벅수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앞에 있는 <문화동 벅수>
통영은 의외로 넓고 깊습니다. 가볼 곳도 맛볼 곳도 많은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통영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삼도수군통제영입니다. 오늘날 통영이라는 지명이 있는 까닭이 이곳에 있습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앞에 있는 <문화동 벅수>
삼도수군통제영으로 가는 이들이 그냥 허투루 보고 지나는 게 있습니다. 저는 삼도수군통제영 앞에 있는 돌을 보러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문화동 벅수>를 뵈러 떠났습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으로 가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화동 벅수>
통제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그냥 지나칠 듯 서 있는 돌로 된 장승이 <문화동 벅수>입니다. 벅수라는 말은 장승이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쓰는 말입니다.
둘레 155㎝, 높이 201㎝의 통영 <문화동 벅수>
통영 <문화동 벅수>의 얼굴
둘레 155㎝, 높이 201㎝의 문화동 벅수는 몸통보다 얼굴이 절반을 차지합니다. 벅수의 얼굴에는 세 가닥의 수염이 비스듬하게 움푹 패어 있고 송곳니가 아래로 길게 나와 있습니다.
통영 <문화동 벅수>의 얼굴 눈가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험상궂은 외형과 달리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눈가와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험상궂은 외형과 달리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통영 <문화동 벅수>는 1968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면서 벅수가 초라해 보인다고 울긋불긋한 칠을 해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1968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면서 벅수가 초라해 보인다고 울긋불긋한 칠을 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 칠이 벗겨냈지만, 아직도 모자와 눈썹과 얼굴 등에 붉은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통영 <문화동 벅수> 앞면에는 토지대장군(土地大將軍)이란 글씨가 씌어 있다.
여느 장승과 달리 문화동 벅수 앞면에는 천하대장군‧상원주장군, 천하여장군·하원주장군이 아닌 토지대장군(土地大將軍)이란 글씨가 씌어 있습니다. 문득 소설가 박경리(1926~2008)가 떠오릅니다. 이곳 통영에서 태어나 통제영 앞에 있는 통영제일보통학교를 다니면서 ‘토지대장군’과 함께 놀고 어루만진 까닭에 25년의 긴 시간 동안 대하소설 <토지>를 쓸 힘을 얻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입구에 있는 <문화동 벅수>
벅수에 손을 얹고 눈을 살포시 감았습니다. 벅수의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멀스멀 기어 오는 기분입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입구에 있는 <문화동 벅수> 뒤면에 제작연대가 적혀 있다.
문화동 벅수는 제작 연대가 뒤편에 ‘光武十年丙年八月 日同樂洞 立(광무십년병년팔월일동락동입)’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광무 십 년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래로 십 년이 지난 1906년이고 동락동이 현재의 문화동입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입구
비보(裨補)와 벽사(辟邪)를 위해 1906년 주민들이 세운 돌 장승입니다. 주민들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이 마을의 허하다는 동남쪽에 벅수를 세우며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1930년 이전까지 마을 사람들은 봄, 가을에 날을 잡아 제사를 모셨다고 합니다. 해방 이후 다시 주민들이 인근 간창골 새미에서 용왕제를 지내며 벅수제도 함께한다고 합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입구에 활짝 핀 배롱나무꽃
보통의 장승이 한 쌍으로 이루어진 데 반해 홀로 서 있습니다. 원래 현재 위치에서 25m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합니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 입구에 있는 <문화동 벅수>에서 소설 <토지>의 근원을 찾아 벅수의 기운을 온몸에 담아 가기 좋다.
소설 <토지>의 근원을 찾아 벅수의 기운을 온몸에 담아 갑니다. 통영에서 느긋하고 정다운 사람 냄새를 맡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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