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해평열녀 사당
느리게 걸어야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당이 있습니다. 통영 해 평 열녀 사당에 깃든 사랑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통영 통영대교와 충무교 사이 바닷가
충무교를 건너도 되지만 일부러 통영대교를 건넜습니다. 통영대교에서 충무교 아래를 지나 김춘수 유품전시관 앞에 이르러 차를 세웠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밀려옵니다.
통영 앞바다 부표에 온전히 제 몸을 맡긴 채 서 있는 왜가리
잔잔한 바다에 떠있는 부표에 온전히 제 몸을 맡긴 채 서 있는 왜가리 한 마리가 평화롭습니다.
통영 앞바다에 정박 중인 배들
출항을 앞서 부두에 정박한 배들에서 여유를 느낍니다.
통영항과 서피랑
잔잔한 통영 바다 너머로 통영항이 보이고 서피랑이 알은체합니다. 덩달아 제 몸과 마음마저도 평화롭고 평온이 깃듭니다.
통영 김춘수 유품전시관
통영 김춘수 유물전시관 한쪽 벽면 대표 시 “꽃”이 새겨져 있다.
김춘수 유품전시관 한쪽 벽면에 김춘수의 대표시인 ‘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벽면에 씐 시를 조용히 읊조립니다.
통영 김춘수 유품전시관은 토영이야길이 지난다.
전시관 앞은 ‘토영이야길’이 지납니다. 바로 뒤편에 작은 비각이 나옵니다. 해평열녀사당입니다.
통영 김춘수 유품전시관 뒤편에 <해평 열녀 사당>이 있다.
사당 앞 스테인리스 문 앞에는 종이컵 2개에 막걸리가 한가득씩 차 있습니다. 사당에 모셔진 열녀를 기리는 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문은 잠겨 있어 까치발로 비각 안을 봅니다.
통영 <해평 열녀 사당>에 씌인 글귀
나뭇가지에서 피고, 땅에 떨어져서 한 번 더 피고, 꽃을 본 사람의 마음에서 마지막으로 핀다는 동백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통영 <해평 열녀 사당>에 있는 동백은 열녀의 넋인양 붉디 붉다.
동백의 붉디붉은 빛에 넋이 뺏겨 있는 나를 향해 고소한 팝콘처럼 튀겨낸 벚꽃들이 여기도 보라며 인사를 건넵니다. 벚꽃의 하려 한 흰빛에도 곁에 있는 목련은 그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할 뿐 말이 없습니다.
통영 <해평 열녀 사당> 주위 벚꽃
. 통영 <해평 열녀 사당> 주위 목련
사당에 모셔진 해평열녀 이름과 생몰 연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그가 살던 마을 이름을 따서 해평 열녀로 불려오고 있습니다.
통영 <해평 열녀 사당>에는 초록빛이 맴돈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가 시집온 지 몇 달 뒤에 남편이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으로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남편이 빠졌다는 곳을 찾아가서 제를 지낸 다음 바다에 몸을 던져 사흘 만에 남편의 시체를 안고 떠올라 마을 사람들이 그들 부부를 합장했습니다.
통영 <해평 열녀 사당>
어느 날, 마을 뒷산 나뭇잎을 벌레가 열녀란 두 글자를 새기면서 갉아먹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감동해 그런 것이라 여겨 사당을 짓고 넋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통영 앞바다는 잔잔하다.
한 박자씩 쉬어가며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괜스레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쉼과 느린 숨 속에서 풍성한 사랑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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