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함안여행-깊어가는 겨울 속에서 함안 무진정의 품은 따뜻하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2. 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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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납니다. 그저 좋아서 떠납니다. 제가 살던 곳을 떠나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에 있는 무진정으로 향했습니다.

 


 함안 무진정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자 사월초파일 여름밤을 뜨겁게 달굴 함안 낙화놀이와 무진정을 소개하는 관광안내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벌써 겨울 너머 농익은 봄이 기다려집니다. 안내판을 지나 계단을 오릅니다. 마치 속세를 벗어나 신선의 세계로 접어드는 기분입니다.

 


함안 무진정 주차장에서 연못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마치 속세를 벗어나 신선의 세계로 접어드는 기분이다.

 

계단에 올라서자 해를 품은 연못이 와락 안깁니다. 연못 안에는 콘크리트 다리로 연결된 세 개의 섬이 있습니다. 가장자리에 얼었던 얼음이 햇볕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어디로 걸어도 넉넉한 풍광이 밀려옵니다. 겨울을 잊은 대나무가 바람에 사각사각 장단을 맞춥니다.

 


함안 무진정 주위 나무테크 산책로

 

나무테크로 만든 산책로를 따라 연못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섭니다. 살랑살랑 햇살이 동행합니다. 연못으로 향하던 걸음은 무진정, 정자로 옮겼습니다. 정자로 향하는 주위로 배롱나무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밟힙니다. 여름이면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연못 풍경이 더욱더 싱그러울 듯합니다.

 


함안 무진정으로 가는 길.

 

동정문(動靜門)을 지나 들어서자 햇살은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정면 3, 측면 2칸으로, 중앙의 한 칸을 온돌방으로 꾸며놓은 팔작지붕의 무진정(無盡亭)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함안 무진정

 

정자는 조선 시대 문신 무진(無盡) 조삼(趙參)이 기거했던 곳에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해 이곳 연못가에 정자를 건립하고 그의 호를 따서 무진정이라 했다고 합니다. ‘무진정이라는 편액과 정기(亭記)는 주세붕 선생이 쓴 글씨라고 합니다. 현재의 건물은 19294월에 중건한 것입니다.

 


함안 무진정 앞에는 닭을 닮은 돌이 놓여 있다.

 

무진정 앞에는 닭의 형상을 한 돌이 마루 올라가는 옆에 있습니다. 마루에 앉자 주위 풍경이 아늑하게 밀려옵니다. 무진정의 뒤쪽 벼랑 아래에는 함안 조씨 문중 재실인 괴산재가 있습니다.

 


함안 무진정 뒤쪽 벼랑 아래에는 함안 조씨 문중 재실인 괴산재.

 

함안 조씨 문중은 조선 시대에만 139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한 집안입니다. 더구나 세조가 조카 단종을 내쫓아 왕위를 찬탈하자 귀향한 생육신 중 한 분인 조려 선생도 있습니다.

 


함안 무진정은 무진 조삼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정자다.

 

무진 조삼 선생은 무오사화를 일으킨 유자광을 벌하자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동료들이 을사사화로 목숨을 잃자 벼슬을 버리고 귀향을 했습니다. ‘나 돌아가련다로 시작하는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가 떠오릅니다.

 


함안 무진정에서 바라본 연못

 

정자 곁으로 굽이굽이 담장을 넘어 하늘로 올라가는 소나무가 보입니다. 용트림하듯 하늘로 휘감아 올라가는 모양새가 당당합니다.

 


함안 무진정 곁으로 용트림하듯 하늘로 휘감아 올라가는 소나무가 당당하다.

 

정자를 내려와 연못 주위를 거닙니다. 연못에 비친 나무와 영송루가 데칼코마니처럼 한 폭의 그림을 만듭니다.

 


함안 무진정 연못에 비친 나무와 영송루가 데칼코마니처럼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연못가에는 연못을 향해 기다란 줄기를 뻗은 나무가 있어 고개를 숙이고 지났습니다. 살아가면서 고개 숙일 일이 어찌 이번뿐이겠습니까. 아마도 나무는 내게 더욱 겸손하라 일러줍니다.

 


함안 무진정 연못가에 더욱더 겸손하게 살라며 기다란 나무줄기를 뻗어있다.

 

긴 의자에 앉아 가져간 캔커피를 마십니다. 야외 카페에 온 듯 풍경의 넉넉한 대접을 받습니다. 사방이 고요하기 그지없습니다. 푸른 연못은 바다처럼 깊고 넓게 다가옵니다.

 


 함안 무진정 주위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푸른 연못은 바다처럼 깊고 넓게 다가온다.

 

다시 원래 걸음을 시작했던 초입으로 향하자 부자쌍절각이 나옵니다. 부자쌍절각은 어계 조려 선생의 6세손이자 이곳 정자의 주인 무진 조삼 선생의 증손인 조준남과 그의 아들 조계선의 효와 충을 기려 세운 전각입니다. 부자쌍절각 옆에는 동북아국제전쟁(정유재란) 때 전시한 주인을 따라 죽은 노비 대갑을 기린 충노대갑지비(忠奴大甲之碑)가 서 있습니다.

 


 함안 무진정 연못가에 있는 부자쌍절각

 

연못을 한 바퀴 돌아 원래 시작했던 위치에 서자 연못 한가운데 섬인 영송루(迎送樓)로 이제 걸음을 옮겼습니다. 콘크리트 기둥을 세워 만든 육모 지붕의 정자 영송루가 왕버드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봄빛으로 물들 무렵이면 다시 찾을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함안 무진정 한가운데 섬에 있는 영송루(迎送樓)

 

깊어가는 겨울 속에서 무진정의 품은 따뜻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습니다.

 


함안 무진정 연못 안에는 콘크리트 다리로 연결된 세 개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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