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화장기 없는 풍경 속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남해군 창선 갈대밭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1. 2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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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잠시 일상 속에서 숨 고르기 위해 멈춘 듯 흐르는 시간을 만나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보물섬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 갈대밭이 그곳입니다.

 



 

국도 3호선을 따라 창선에서 본섬인 남해로 가는 중에 면 소재지 근처에 있는 창선생활체육공원으로 빠지면 그만입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선생활체육공원 근처 갈대밭

 

체육공원 앞으로 갈대들이 바람결에 파도처럼 노랗게 넘실댑니다. 오히려 바다의 파도는 잔잔합니다. 동대만은 호수같이 고요합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 갈대밭

 

공원 한쪽에는 긴 의자에는 저보다 먼저와 앉아 있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분홍빛의 통통한 몸매를 드러내고 지그시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기 돼지입니다. 아기 돼지 곁에 앉아 햇살에 샤워하며 눈을 감고 녀석을 바이올린 소리를 듣습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선생활체육공원 내 분홍빛의 통통한 몸매를 드러내고 지그시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기 돼지 조형물.

 

체육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와 방파제로 향했습니다. 갈림길에서 고사리밭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걸음을 세웁니다. 동대만휴게소 0.7km, 식포 3.1km.

 


남해군 창선면 창선생활체육공원은 고사리밭 길이 지나는 길이다.

 

이정표를 지나 방파제로 한 걸음 더 다가서면 갯벌의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와락 안깁니다. 상신마을 어촌계에서 관리 운영하는 바지락 양식장입니다.

 


남해군 창선면 상신마을에서 관리 운영하는 바지락 양식장

 

바지락 양식장을 지나 본격적으로 방파제를 거닐자 갈대밭에서 참새들이 창공을 향해 치솝니다. 긴 다리로 물을 박차고 오르는 수백 마리의 겨울 철새의 우아한 날갯짓이 아니라 짧은 날개로 종종걸음치듯 날아오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일상 속 우리를 보는 듯 합니다. 새들이 합창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 갈대밭 위를 종종걸음치듯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이 귀엽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은 길을 따라 찬 공기에 노랗게 익은 갈대밭이 한들한들 춤을 춥니다. 갈대의 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 너머로 지나온 창선-삼천포대교가 보입니다. 바다 위로 왜가리 한 마리 홀로 날갯짓하며 날아갑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에서 바라본 동대만과 창선-삼천포대교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 사이로 꿩들이 푸드덕 날아갑니다. 다시금 녀석에게 눈길을 주자 공원의 건물이 이곳이 낯선 타국인 양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에서 바라본 갈대밭과 창선생활체육공원은 낯선 타국인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파제 끝에 이르자 푸른 하늘 사이로 구름이 새털처럼 몰려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푸른 빛이 곱습니다. 덩달아 마음마저 푸른 빛으로 고요하게 물들입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 끝에서 바라본 푸른 하늘 사이로 구름이 새털처럼 몰려온다.

 

방파제를 돌아 나오는데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울에 비친 갈대와 하늘이 데칼코마니처럼 한 폭의 그림을 만듭니다. 자연이 그린 풍경화에 마음은 더욱더 넉넉해집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 주위 풍광은 자연이 그린 풍경화처럼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한겨울, 뼛속까지 스미는 찬바람에도 자연이 빚어놓은 '풍경의 걸작' 덕분에 잔뜩 웅크렸던 마음이 들뜨기 시작합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풍경 속으로 시간마저 천천히 느릿느릿 평화롭게 흐릅니다.



남해군 창선면 창성방파제를 돌아 나오는데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작은 개울에 비친 갈대와 하늘이 데칼코마니처럼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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