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나만 알고 싶은 비밀정원, 창원 삼풍대숲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9. 1. 10. 09:03
728x90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이르면 광려천을 따라 공장과 아파트, 상가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들어서 있습니다. 아파트 숲에 가려서 길가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비밀정원이 내서읍에 있습니다. 삼풍대 숲입니다. 가을을 훌쩍 보낸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만 알고 싶은 비밀정원, 삼풍대 숲을 찾았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비밀정원, 창원 내서읍 삼풍대 숲

 

내서도서관에 차를 세웠습니다. 덩치 큰 아파트 사이에 있는 도서관은 거인국에 온 듯 왜소해 보입니다. 도서관을 나와 바로 동쪽 옆으로 걸음을 옮기자 쌍효각(雙孝閣)이 나옵니다.

 


창원 내서도서관 바로 옆에 삼풍대 숲이 있다.

 

전각 안에는 두 형제의 효행을 기린 비가 두 개 서 있습니다. 아버지 병중에 10여 년을 한결같이 봉양하고 상을 당하자 그 애달픈 심정을 담은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읊어 여막에 걸어두고 봉송(奉頌)하면서 탈상(脫喪)까지 정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창원 삼풍대 숲에 있는 쌍효각(雙孝閣)은 효행을 다한 두 형제를 기리는 비가 있다.

 

전각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가자 볕이 나무 사이로 비집고 따라옵니다. 가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뭇가지를 떠난 낙엽들이 두툼하게 카펫처럼 바닥에 깔렸습니다. 프랑스 시인 레인 드 구르몽의 시 낙엽(落葉)’이 절로 읊어집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은 낙엽들이 두툼하게 카펫처럼 바닥에 깔렸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창원 삼풍대 숲속에서는 모두가 시인이 된다.

 

나무에 등 기대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머리 위로 햇살이 쏟아집니다. 가져간 캔커피는 달곰합니다.

 


창원 내서읍 삼풍대 숲은 인근 아파트 숲에 둘러 쌓여 있다.

 

숲 한쪽에는 붉은 글씨로 삼풍대라 적힌 비가 있습니다. 삼풍대 숲은 마을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마을의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수구막이로 세운 숲입니다. 인공적으로 흙을 쌓고 나무를 심었는데 현재 약 200여 평이 남아 있습니다.

 


창원 삼풍대 숲을 알리는 비석

 

음력 715(백중)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잔치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로는 피난을 떠난 날인 음력 77, 마을 잔치가 열려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창원 삼풍대 숲에서는 한국전쟁 이후로는 피난을 떠난 날인 음력 77, 마을 잔치가 열려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아파트 숲에 가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바람이 여기서는 우리 마음결을 시원하게 휘감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햇살에 부딪혔던 단풍도 이제는 사라져 햇살이 옹골차게 빈자리를 가득 채웁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에서 바라본 하늘

 

오래된 팽나무를 감싸 안았습니다. 두 손으로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슬며시 나뭇결을 만집니다.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어루만진다. 그런 나를 바람이 다정하게 일렁이며 지납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많다.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숲 한쪽에는 단풍나무가 강렬하게 붉은빛으로 어서와라 반깁니다. 잎이 8개로 가라지는 팔손이 흰색 꽃이 저만치에서 또한 반깁니다. 문득 팔손이에 얽힌 전설이 떠올랐습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 한쪽에는 단풍나무가 강렬하게 붉은빛으로 어서와라 반긴다.

 

옛날 인도 공주가 생일날 쌍가락지를 선물로 받았답니다. 공주를 모시던 시녀가 방을 청소하다가 쌍가락지를 자신의 손에 끼고 말았는데 빠지지 않아 벌 받을 것이 두려워 다른 반지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나중에 왕이 모든 사람 손가락을 검사하자 시녀는 엄지손가락만 빼고 여덟 손가락만 내밀자 벼락이 치며 나무가 되었는데 그게 팔손이라고 합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에서 만난 팔손이 흰색 꽃

 

팔손이 전설을 떠올리며 손을 펴서 잎에 맞춥니다. 팔손이의 꽃말처럼 어느 손이 더 큰지는 비밀입니다. 햇살에 샤워하는 고양이는 그런 저를 관심 없다는 듯이 꾸벅꾸벅 좁니다. 숲속은 모두가 평화롭습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에서 만난 고양이는 햇살 샤워에 빠졌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평화롭다.

 

숲속은 느리고 깊습니다. 숲 사이로 햇살이 은은하게 흩날립니다. 숲속에 몸을 맡기면 부질없는 속세의 번뇌는 봄눈 녹듯 사라집니다.

 


창원 삼풍대 숲속은 느리고 깊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