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야기

고성탈박물관, 말뚝이 곁에서 쉬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2. 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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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에 다시 고성으로 갔습니다. 재단장했다는 소식보다, 말뚝이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시를 보러 간다기보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고성탈박물관 문을 여는 순간,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탈을 보러 갔다가 하루를 맡긴 손님처럼 일상의 긴장을 덜어냈습니다.

 

말뚝이 영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공간의 공기가 다릅니다. 예전의 고성탈박물관은 조용한 전시장이었습니다. 탈은 유리 안에 놓여 있었고, 관람객은 설명문을 따라 이동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만난 박물관은 입구부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층 중앙로비 한가운데에 말뚝이가 등장합니다. 화면 속 말뚝이는 하루를 기록하듯 움직입니다. 다녀온 길과 머문 자리, 스쳐 간 생각을 혼잣말처럼 이어갑니다. 영상 일기 형식입니다. 전시실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일상의 무게를 덜어냅니다.

상설전시실 1에서는 경남의 탈들이 이어집니다. 고성오광대를 중심으로 통영과 진주, 가산의 오광대가 나란히 펼쳐집니다. 동래야류와 수영야류까지 흐름이 이어집니다. 탈은 자잘한 개별 설명보다 관계 속에서 배치돼 있습니다. 같은 지역권의 탈들이 서로를 비추며 서 있습니다. 닮은 표정과 다른 웃음이 동시에 보입니다.

실감 영상관에서는 탈춤이 다시 움직입니다. 벽과 바닥이 무대로 변합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전시실 1에서 나와 곧장 2전시실로 향하지 못했습니다. 곳곳에는 관람객들을 유혹하는 재미난 코너가 있기 때문입니다. 거울 앞에 서서 얼굴과 닮은 탈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집니다. 탈을 만들 때 쓰인 재료와 탈춤에 어울리는 악기와 소리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탈은 보존의 대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지금의 얼굴과 몸을 전시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상설전시실 2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황해도 지역의 탈과 서울·경기 지역의 탈이 등장합니다. 봉산과 강령, 은율의 탈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양주별산대놀이, 남사당 덧뵈기, 발탈로 이어지며 전문 예인 집단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전시실 밖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전시실을 한 바퀴 돌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여는 순간 해맑은 공기가 우리의 뺨을 어루만집니다. 바닥은 잔디처럼 부드럽습니다. 테라스에 앉았습니다. 담장처럼 둘러선 벽 너머로 하늘이 보입니다. 소란은 닿지 않습니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옅어집니다.

한쪽에 말뚝이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붉은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채찍을 들고 한 발을 내디디던 자세입니다. 막 뛰쳐나올 것처럼 보입니다. 말뚝이는 늘 진지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확합니다. 웃음으로 비틀고, 몸짓으로 말합니다. 자연스럽게 쉼으로 이어집니다.

전시실에서 마주한 탈들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웃던 얼굴, 일그러진 표정, 과장된 눈과 입. 탈은 숨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드러내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이 테라스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탈을 잔뜩 보고 나온 뒤, 가장 탈 없는 공간에 앉아 있는 셈입니다.

오늘의 방문은 관람이라기보다 휴식에 가까웠습니다. 말뚝이 곁에서 잠시 마음을 풀어 두었습니다. 재단장한 고성탈박물관은 조용히 알려줍니다. 탈은 쓰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국 벗는 순간을 향해 남아 있다는 사실을요. 돌아오는 길, 올해도 무탈하리라 믿어 보았습니다.

 

고성탈박물관 관람 정보

- 주소 : 경남 고성군 고성읍 율대223

- 관람시간: 09:00~18:00(3~10) / 09:00~17:00(11~2)

- 휴관: 매주 월요일(공휴일이면 화요일), 11, ·추석 당일

- 관람료: 무료

- 주차: 승용차 약 25대 가능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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