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맛집 장원막국수는 제 마음속에 오래 두었던 약속 한 끼였습니다. 부여에 갈 때마다 혼자 이 집을 찾았습니다. 면을 들며 다음에는 꼭 마나님과 함께 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까지 셋이 나란히 앉는 날을 그려 보았습니다.

약속을 이번 길에 이뤘습니다. 구드래나루터 뒤편 장원막국수 앞에 섰습니다. 이 집은 오래전부터 부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모여들던 자리입니다. 백마강과 부소산성을 오가던 여행자들이 한 그릇씩 마음을 내려놓던 곳이라고들 말합니다.
오래 두었던 약속 한 끼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대기 줄이 뱀 꼬리처럼 길게 이어졌을 자리입니다. 우리가 찾은 시각은 점심 절정을 지난 오후 1시 30분이었습니다. 날이 차가운 덕에 다행히 대기 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국숫집 특성상 회전이 빨라 기다림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 방문 때는 20여 분 남짓 줄을 서서 자리에 앉은 기억도 있습니다. 그때도 면이 먼저 손님을 달래 주었습니다.

청색 아치형 간판이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화요일은 쉬는 날입니다. 겉모습은 수수했고 말보다 세월이 앞서는 집이었습니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양철지붕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세월이 겹겹이 앉은 파란 골판 위로 겨울 햇빛이 미끄러졌습니다. 출입구 옆에는 오래된 파란 공중 전화통이 이 식당의 산증인처럼 우리를 먼저 반겼습니다. 투명 비닐 가림막은 바람을 조용히 막아 주고 있었습니다.

주문은 여기에서 후불이라는 글씨가 유리 너머로 보였습니다.

안쪽에는 막국수를 짜내는 은빛 기계가 묵묵히 돌아가고, 주방 아주머니의 붉은 앞치마가 그 곁을 지켰습니다.

툇마루로 가는 길바닥에는 백제를 닮은 연꽃 문양이 조용히 길을 안내했습니다. 오래 밟힌 돌무늬는 발걸음마다 낮은 소리를 냈고, 난간 위의 긴 벤치는 볕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마당 한쪽 옹기와 돌절구는 손님보다 먼저 이 집을 지켜온 얼굴이었습니다. 산비탈 마른 가지들이 지붕 너머로 팔을 뻗고, 그 아래로 우리는 천천히 안쪽 자리로 걸었습니다.

뒷마루 3번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툇마루 아래 신발이 가지런했습니다.

바닥에서 올라온 전기 패널 온기가 발끝을 덥혔습니다. 창밖 산비탈은 겨울을 거의 다 벗은 얼굴이었습니다. 낮은 서까래가 집을 천천히 안고 있었습니다. 휴가 나온 아들과 아내는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 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고 막국수를 먹기 시작할 즈음, 옆 테이블에 젊은 여자 둘이 들어왔습니다. 잠시 뒤 그들 앞에도 음식이 놓였습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웃음이 먼저 떠올랐고 젓가락은 그다음이었습니다. 그들이 후루룩 면을 들이키는 모습이 이 집의 또 다른 간판 같았습니다. 젓가락이 그릇에 닿는 소리와 면을 푸는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셋의 목소리가 방 안에 둥글게 모였습니다. 오늘 점심은 여행이면서 귀가 같은 자리였습니다.
막국수와 편육

메뉴는 막국수와 편육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주문표에 적힌 3-3-1은 암호 같았습니다. 첫 번째 3은 뒷마루 3번 방, 두 번째 3은 세 사람의 막국수, 마지막 1은 편육 한 접시를 가리켰습니다. 숫자 몇 개가 우리 점심의 지도가 되었습니다. 막국수가 먼저 나왔습니다.

갈색 육수는 단정했고 오이채가 가늘게 누워 있었습니다. 참깨와 김 가루가 조용히 떠 있었습니다. 면을 들자 후루룩 소리가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 소리가 방 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편육은 얇게 저며 접시 가득했습니다. 살코기와 비계가 알맞게 섞였고 잡내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면 위에 편육을 감싸 먹었습니다. 고기가 말없이 접혔습니다. 백마강 물결이 접히듯 부드러웠습니다. 쌈 채소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 했고 반찬 가짓수도 적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생김치도 묵은지도 아닌 어중간한 김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내에게 100점 만점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맛은 90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가족 점심으로는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웃었습니다. 다음에 재방문 의사도 있다고 하네요.
유람선 타고 고란사와 낙화암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구드래나루에서 유람선을 탔습니다. 뱃머리가 백마강 물결을 가르자 겨울 강이 천천히 몸을 열었습니다. 배에서 내려 고란사로 향하는 돌계단을 밟았습니다. 극락보전 공사 중이라 절은 산만했지만, 고란사 약수는 여전히 달곰했습니다. 3년 젊어진다는 약수의 기운 덕분에 낙화암까지 한달음에 올랐습니다. 절벽은 옛이야기를 품은 얼굴로 강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다시 배를 타고 나루로 돌아오는 길, 강바람이 따뜻한 국물 냄새와 섞였습니다. 아랫목의 온기와 면의 소리와 편육의 결, 그리고 마주 앉은 가족의 얼굴이 오늘 하루를 천천히 묶었습니다.
■ 부여 장원막국수
- 주소 : 충남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20(구교리 8-1)
- 주차: 식당 앞 무료, 혼잡 시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 영업: 11:00~17:00, 화요일 휴무
- 메뉴: 막국수·편육 단일 구성
- 특징: 면 회전 빨라 대기 체감 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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