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먹지만 병원 입원한 새는 여유를 먹는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7. 1. 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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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첫날 아침을 직장에서 맞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


퇴근한 뒤 나는 아내와 1주일가량 병원에서 막내와 함께 했다.


막내는 입원도 잊은 채 부지런히 웹툰 보기를 즐겼다.


여유가 만만했다.


드디어 수술실로 향했다. 녀석은 여드름 난 자신의 얼굴을 사진 찍히는 게 싫다고 했다.



아이를 수술실로 보내고 근처 중고 서점에 들러 책 구경했다. <조선의 묘지명> 1, 2권 등을 구매해 돌아왔다.


곧이어 아이도 수술실을 나왔다. 불과 2시간 전의 여유롭던 얼굴은 꾸겨졌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녀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태블릿PC로 웹툰을 한다, 게임을 한다.


어머니도 입원하셨다. 연말부터 감기 증세를 보였던 어머니. 송년회 때도 피곤하다며 막내가 사온 대게도 먹지 않고 주무셨다. 다음날 응급실에서 수액제를 맞았다. 차도가 없었다. 감기가 아니었다. 장염으로 입원하셨다. 어머니는 혼자 지내겠다며 자식들의 병간호도 마다했다.



어머니와 막내는 각기 병원을 달리해 아침을 병실에서 맞았다. 환자가 누운 침대 옆 보호자용 작은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게 힘들지 않았다. 입원과 퇴원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알기 때문이다.


날이 밝아오면, 아니 날이 밝기도 전에 녀석은 휴대폰이며 태블릿PC로 게임이며 웹툰으로 병원생활을 즐겼다. 녀석은 오직 웹툰과 게임 이외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 했다. 환자라는 신에 더 격렬하게 웹툰과 게임을 즐겼다.

 

덩달아 나도 병간호를 핑계로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가져온 신문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노트북으로 뉴스도 보고 웹서핑을 즐겼다.


피망과 파프리카를 싫어한다고 했더니 끼니마다 '피망, 파프리카 알러지'라 적힌 식판을 받았다. 다행히 입원 중에는 식단 메뉴에는 피망과 파프리카가 들어가는 반찬이 없었다.


병원 편의점에서 각종 도시락으로 아침과 점심, 저녁을 해결하기도 했다. 때로는 막내와 밥을 나눠 먹기도 했다.

 


사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것일까. 식기 배선카에 환자와 보호자가 먹은 식판이 차곡차곡 층층이 쌓인 게 아파트 같다. 맛난 냄새가 난다. '밥심'으로 아픔을 이겨내는 환자와 보호자의 바람이 풍겨온다



처음에는 소변보기 힘들다며 국물도, 좋아하는 콜라도 마다하더니 입원하고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복도도 제법 잘 걷었다. 자기 좋아하는 과자 사러 1층까지 내려갔다 오기도 했다. 1층 로비를 운동 삼아 걷기도 했다


1층 병원을 구석구석 탐험하는 재미를 알 즈음 아이는 퇴원을 했다. 조카도 놀러 왔다. 퇴원 기념 잔치가 열렸다. 먹고 싶다는 치킨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다음날은 어머니도 퇴원하셨다.

 

병원에서 보낸 1주일, 2017년 첫 휴가가 그렇게 지나갔다. 높이 나는 새는 멀리 보지만 입원한 새는 즐긴다. 왜 아파서야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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