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낮은 모른다. 밤은 더 모른다. 밤 근무 이틀째.
다시 밤이다.
9월 밤 근무 둘째 날. 언제나처럼 집을 나서면서 차 안에서 라디오를 켰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 교육방송(EBS)에 채널을 고정한 채 40여 분 거리의 산청 일터로 나섰다. 어제처럼 오늘도 술집과 대형할인점 앞에는 길이 비좁다. 본격적인 연휴를 앞둔 저녁이라 들떠 있어 보인다.
바쁜 국회의원이면서도 책 읽어주기 위해 나온 유은혜 의원과 함께하는 북카페 시간에 귀를 쫑긋하기 위해 속도를 늦췄다. 일찍 나선 길이라 여유롭다. 오늘은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를 소개한다. 책 중에 나온 ‘어머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아이의 입시 경쟁력이라는 말이 쓰디쓰다.
쓰디 쓴 입맛을 다시며 주차한 뒤 카메라를 끄집어냈다.
“달님 안녕?”
달님은 아직 덜 여문 얼굴이다. 아이 덕분에 불과 몇 년 전 하야시 아키코가 쓴<달님 안녕>을 얼마나 재미나게 읽었는지 모른다. 내일 아침 퇴근하면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요양원 건물로 가는데 <희망돌탑> 솟대는 가로등 불빛을 받아 따스한 노란 빛으로 반긴다. 그 옆으로 아직도 진분홍빛을 잃지 않는 배롱나무들이 줄지어 어서 오라 인사를 건넨다.
요양원으로 입구에서 가로등이 마치 홍채 인식하는 양 내려다 본다. 그래 반갑다. 나다. 인식을 시키고 걸음을 옮겼다.
“이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신 말을 옮긴 조형물 <자비의 문>을 달님의 기운과 함께 희망을 안고 들어섰다.
아자, 아자,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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