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알아서 뭐하게~” 속에서 나오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6. 9. 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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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사회복지의 날. 한 낮은 여전히 무덥다.


알아서 뭐하게~”

속에서 나오는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추석이 언제예요?”

묻는 그에게 그냥 속 시원하게 내뺏고 싶었다.

그가 내게 몇 번이나 같은 물음을 던졌는지 모른다. 수시로 집에 가고 싶다고 밖으로 나간다. 양치도 제대로 못 해 다시 한 번 더 양치를 한다. 소변을 배설하고 팬티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 올해 스물여덟의 그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다.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하고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도 몇 번인지 모를 반복된 일상을 도와주거나 묻는 말에 답하면서 나 스스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들숨 길게 들이마시고 날숨 천천히 내면서 추스른다. 오후 여자 장애인들이 모여 사는 거주 공간에 있는 공동방으로 갔다. 퍼즐 맞추기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추임새로 잘한다”, “천재다라며 다소 과장된 말과 몸짓으로 다독였는지 모른다.

 

내가 일하는 장애인 생활복지시설에 오기 위해 부모 곁을 떠난 그가 안쓰럽다. 우리나라에서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특수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 시설들은 중증이라 받아주기 어렵다거나 자리가 없다고 거절하기 일쑤다.

 

대부분의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과 결혼으로 부모의 품을 떠난다. 발달장애인들은 졸업과 동시에 부모에게 온전히 돌봄이 돌아온다. 우리나라에서 발달 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대부분의 중증발달장애인을 키우는 부모들은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먼저 사는 게 꿈이다. 마음 편히 맡길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소이전까지 하면서 내가 일하는 이곳까지 온 그를 위해 들숨 길게 들이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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