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꼼짝을 못한다. 아파트 단지에 차들이 눈을 뒤집어쓴 채 주차장에 그대로다. 나 역시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 있다. 아침 겸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아니 짬뽕을 끓였다. ‘진짬뽕’
후후 불며 한 젓가락 크게 입안으로 가져간다. 쫄깃하고 뜨거운 면발이 맛나다. 국물은 달짝하면서도 시원하다. 시중 중화요릿집에서 파는 것보다는 덜 맵지만 '맛짬뽕'이 ‘진짬뽕’보다 더 맵싸르하다. 건더기 스프가 물 속에 몸집을 불려 찰지고 탱탱하다. 특히 오징어 씹히는 맛이 좋다.
“후루룩 짭짭”
입안에서 나는 소리는 달팽이관까지 맛있게 전해진다.
면발의 쫄깃한 식감과 달달하기까지 한 국물맛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불과 4년 전 신라면 블랙이 1500원대 가격으로 나왔을 때 화가 났던 나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나온 짜왕을 비롯해 1500원으로 책정된 라면은 많다. 나역시 그런 라면을 즐겨 먹는다. 나는 왜 4년 전과 달리 이렇게 바뀌었을까.
시간 탓일까. 나만 그런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21일 기준으로 라면 매출 1위는 ‘진짬뽕’(매출비중 15.3%)이었다. 2위는 '맛짬뽕'(11.8%), 3위 신라면(10.2%)다. 1500원을 주고도 라면을 사 먹는다는 증거다.
1500원을 내고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내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시중 중화요릿집에서 먹던 짜장과 짬뽕이 가진 느끼한 맛이 이른바 프리미엄 라면에서는 없다. 오히려 짜장, 짬뽕이면서 담백하고 깔끔하다.
짬뽕라면 한 그릇은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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