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달밤에 노란 손수건? 아니 노란 장미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11. 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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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쉬지 않고 달렸다. 마침내 '부른스위크 20마일'이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모두 오른쪽 창문 옆자리로 다가갔다. 남자가 말한 커다란 참나무가 나타나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마침내 버스 안의 모든 승객들 사이에 이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리하여 부른스위크가 가까워올수록, 차 안에는 설레는 긴장감이 가득 차올랐다.

개중에서 가장 침착한 것처럼 보이는 이는 남자였다. 그는 흥분한 표정을 보이거나 얼굴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굳어 있는 그 얼굴에서, 남모를 긴장감을 엿볼 수가 있었다. 혹시 그는, 이제 곧 눈앞에 나타날 실망스러운 장면들에 대비하여 마음속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을과의 거리가 20마일에서 15마일로, 다시 10마일로, 점점 더 가까워졌다. 버스 안의 진장과 정적은 물을 끼얹은 듯 계속되었다. 엔진 소리만이 꿈결처럼 아스라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요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젊은 일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치며 춤을 추듯 뛰었다. 덩달아 다른 승객들도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한 명, 그 남자뿐이었다. 그는 넋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차창 밖 멀리 보이는 참나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 참나무는, 온통 노란 손수건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20, 30, 아니 수백 개가 바람 속에 환영의 깃발로 마구 물결치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박수를 치며 소리치는 동안, 늙은 전과자 빙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버스 앞문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이 이야기는 피트 하밀(Pete Hamill)의 단편소설 <노란손수건>중 일부다. 줄거리는 이렇다. 뉴욕형무소에 서 4년을 복역한 빙고’. 빙고는 감옥에서 아내에게 두 통의 편지를 보냈다. 첫 번째 편지는 나를 잊으라는 것. 두 번째는 출소를 앞두고 편지를 쓴다. “당신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표시로 집 앞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달라. 마냥 없다면 그냥 돌아가겠다는 그의 편지. 과연 노란 손수건은 걸려 있었을까? 고향 집 참나무에는 수 백 장의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었다. 온통 노란 손수건이 물결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여보, 나는 당신을 용서해요, 그리고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노란 손수건>은 사랑과 용서를 말한다.

 

단편 소설 <노란 손수건>도 좋아하지만 태진아처럼 노래방에서 손을 들어 흔들며 <노란 손수건>을 즐겨 부른다.

마른 나무에 꽃은 지듯이 사랑은 떠나고 /이별의 공간을 눈물로 채우며

이별의 시간을 미소에 담아 건네 준거야 /님 오실 때 흔들어야지 노란 손수건

 

왜 갑자기 노란 손수건?

나는 손수건 보다 노란 색이 좋다. 사랑하는 마눌님이 좋아하는 노란색이라 더 좋다. 마눌님은 노란 손수건보다 노란 장미를 좋아한다. 문득 피곤한 일상을 잊기 위해 맥주를 사기 위해 들른 대형 마트. 노란 장미 화분이 눈에 띈다. 아내에게 노란 장미를 선물한지 얼마만 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혼 전에는 아내를 위해 백만 송이 장미도 노란 색으로.

   

 

장미는 러시아 남부, 카스피해()와 흑해(黑海) 사이에 있는 산계·지역을 일컫는 코카서스가 원산지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꽃의 여왕으로 사랑받는다.

장미는 1년에 꽃 한 번만 피는 것과 두 번 피는 것,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해서 피는 것이 있다. 꽃 색깔도 흰색·핑크색·복숭아·붉은색·흑색·노란색 등 매우 다양하다. 흰 장미꽃은 순결을 상징하고 빨간 장미는 정열을, 흑장미는 남녀간의 애정을, 노란 장미는 위엄을 상징한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 꽃 백가지 1>, 현암사 출판사.)

 

아내는 노란 장미처럼 예쁘고 위엄 있다. 간혹 농담처럼 나를 데리고 살아 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아내를 위해 노란 장미를 골랐다. 한편에는 맥주와 땅콩, 또 다른 한손에는 노란 장미 화분 하나과 부엽토 등.

마침 아내는 모임이 있어 집에 없다. 집에 돌아와 새로 산 화분에 부엽토를 깔고 노란 장미를 옮겨 심었다. 위에는 마사토로 마무리 하고.

중학교 다니는 큰 애가 묻는다.

아빠, 왜 장미야? 그것도 노란 장미를?”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야. 노란 장미!”

    

대형 마트에서 산 화분과 흙 등으로 부랴 부랴 새롭게 단장하고 나니 어디다 놓을지 고민아닌 고민. 결국 식탁 위에 놓았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노란 장미를 보았다.

어머, 왠 노란 장미야. 예쁘고 좋네~”

아내의 말 한 마디에 나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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