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찬솔일기

밤을 잊은 나에게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3. 8. 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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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저녁 8시30분 집을 나섰다. 산청에 도착한 시간은 9시10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는데 하늘에 떠있는 반달이 수박처럼 시원하게 내려다 보고 있다.

15일 광복절부터 17일까지(정확하게는 18일 아침 7시30분까지) 나이트, 밤샘근무다. 오후 9시 30분부터 다음날 아침 7시 30분까지가 밤샘근무 시간이다. 중간에 1시간 30분의 휴식 시간이 있다. 내가 일하는 중증장애인생활시설의 밤은 다행히 특별히 아픈 분들도 없고 특이 상황이 없다. 그냥 가는 거야~쭈욱.

 

 

아침 7시 30분이 오기까지,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은 참 바쁘고 바빠 대목이 따로 없다. 긴 밤을 지새운 체력을 견디며 마지막까지 주무신 어르신들 깨우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해야하는 짧지만 바쁜 시간대가 지나고 인수인계를 마치고 요양원 건물을 나섰다. 요양원 뜨락 은행나무에도 햇살이 곱게 걸렸다.

 

 

요양원 맞은 편 산자락에도 오늘도 얼마나 더울지 갓 지은 밥의 김처럼 수증기가 몰려 올라간다.

 

 

색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낭패다. 눈부신 햇살을 염치 없이 두 눈 가득 바라보기 어렵다. 오늘 밤에는 색안경을 다음날 퇴근 시간을 위해 준비해야겠다. 집에 와서 출근한 아내가 끓여 놓은 미역국에 밥 말아먹고 샤워하고 신문 뒤적이다 잠을 청했다. 근데 오후 1시에 잠이 깨어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 중이다.

 

낮과 밤이 바뀐다는 것, 사람의 생체리듬을 깨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처럼 낮과 밤을 떄로는 바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일하는 밤샘 노동자가 있다. 뜨거운 햇님을 피하고 싶어 밤샘 근무를 하는게 아니라 밤에도 우리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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