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들이

그러고 다시 저녁이겠지..

에나이야기꾼 해찬솔 2012. 9. 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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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이트 근무에 이어 이틀째 밤샘근무. 기저귀 교체하고 이것저것 어르신들 챙기다 보니 밤은 깊어 새벽1시. 어둠이 온통 둘러 싸고 있는데 성모상과 가로등만 어둠 속에서 등대처럼 빛난다.

 

 

오늘도 산소호흡기 등의 도움을 받는 어르신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어제 첫 나이트보다는 몸상태가 비교저 좋다. 익숙해지려는가. 어르신도 산소호흡기의 도움없이도 본인 스스로 숨쉬길...

 

 

새벽2시. 잠도 깰겸 라운딩하면서 원내복도를 거닐었다. 창너머에는 가로등만 등대처럼 빛난다.

 

 

달님이 구름 뒤에 꼭꼭 숨었다. 한가위에는 건강한 웃음을 소원할 참이다. 그때는 고운 얼굴 내비칠거야.

 

 

새벽3시. 낮과 밤이 바뀐 듯 저녁 때 갑갑하다며 모두 벗은 옷을 다시 챙겨입는 어르신. 다행히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옷을 제대로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주무신다. 다행이다.

 

 

 

새벽4시. 휴게실에서 잠시 쉬다 오라고 권했는데 무섭다고 가지 않은 동료 여직원.

밀려오는 잠에 그만 테이블에 팔베개하고 누웠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게 <눈썹>이라고 했는데 지금 눈썹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새벽 5시. 아침 기도와 미사를 위해 요양원 성당 앞이 불이 켜질 무렵 바깥도 이제 좀더 밝다.

잠시 엎드려 휴식을 취해도 이렇게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어르신들의 아침준비로 한바탕 힘을 뺐다.

아침 세수부터  식사준비까지...6시30여분까지 후다닥 내달렸다.

 

 

아침 7시. 지리산 자락인 웅석봉에 짙은 안개 걸렸다, 오늘 날씨는 좋으려나.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어르신들은 TV로 요양원 성당의 아침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있다. 밥은 하늘이라 했는데... 나도 에너지 덩어리를 먹고 집으로 왔다. 하지만 밤샘근무는 여전히 멍하다. 오늘도 비몽사몽간에 자다 깨다 내 생체리듬이 깨진다.그러고 보면 다시 저녁이겠지.

 

<남의 돈>먹기다 어디 쉬운게 있나.

밤늦도록 아침이 밝아오도록 누군가 필요로 하는 손길.

비록 몸과 마음이 멍했지만 그 손길에 나도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느낌에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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