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콜?”
전화기 너머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묻는 말이었지만 함께 하자는 정겨운 말입니다. 평일 휴무인 날, 한마디가 하루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반차를 낸 아내, 군대에서 휴가 나온 둘째, 그리고 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진주 상대동 현대아파트 뒤, 선학산으로 오르는 길로 향했습니다.

골목은 길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담장과 건물 벽 사이로 겨울 햇빛이 흘러들었습니다.

빛의 끝에 닭칼국수집이 있습니다. 큰아들과 막내아들이 먼저 들러 먹었던 집입니다. 맛나다는 말은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검증이 끝난 곳이었습니다.
전화 한 통, 길이 열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가로 햇빛이 쏟아졌습니다.

나무색 테이블, 소박한 의자, 점심시간 특유의 조용한 소음. 주문을 마치자 배추김치와 무김치가 먼저 나옵니다. 큼직합니다. 가위를 들고 김치를 자릅니다. 소리가 식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나는 닭칼국수, 아내와 아들은 바지락칼국수를 시켰습니다. 바지락칼국수는 큰 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그릇 앞에서 우리 가족은 음 소거가 되었습니다.
후루룩, 점심이 몸으로 들어오다

후후 불어가며 젓가락을 듭니다. 면을 들어 올리는 순간, 국물의 온기가 먼저 얼굴에 닿습니다. 뜨겁기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얼굴을 스치듯 지납니다. 후루룩, 하고 면이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경쾌합니다. 뜨거움과 함께 점심이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칼국수에는 콩나물이 들어 있습니다. 국물 속에서도 콩나물이 부서지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국물의 온기를 깨웁니다. 익숙한 칼국수에 다른 리듬이 더해집니다. 닭칼국수에는 땡초가 몇 개 떠 있습니다. 맵지 않을까 싶었지만, 매운 맛을 즐기지 않는 나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국물은 담백하고, 닭살은 젓가락 끝에서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아내와 아들은 결국 큰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합니다.

그릇을 밀어놓습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거듭니다. 바지락을 하나씩 건져 먹습니다. 쫄깃합니다. 껍질이 비워질 때마다 그릇 바닥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혹시 이 껍질들이 모이면 마치 선사시대 패총이 되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함께 비워내는 일입니다. 말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고, 남은 것을 나누고, 그릇을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점심 한 끼였지만, 우리는 서로의 그릇을 비우며 다시 식구가 됩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의 자리, 반차를 낸 아내의 여유, 평일의 햇빛이 테이블 위에 고입니다. 선학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우리는 그날의 점심을 오래 기억합니다.
▣ 진주닭칼국수
- 주소 : 경남 진주시 선학산길 87 (하대동)
- 영업시간 : 11:00~19:00 (브레이크타임 14:00~17:00)
- 휴무 : 토요일 정기 휴무 / 육수 소진 시 조기 마감
- 주차 : 식당 전용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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