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곳으로 모실게요.”
점심을 먹고 난 뒤, 아내가 말했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과 함께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진주 선학산으로 오르는 길목, 상대현대아파트 뒤편. 이 길에 정말 카페가 있을까 싶어 반신반의했지만, 문 앞에 서는 순간 알았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아니라, 정중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되는 날이라는 것을요.

노란 외벽의 작은 집, 늘새솔. 진주 선학산 골목에 자리한 단층주택을 개조한 한식 디저트 카페입니다.

가정집이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문을 여는 순간부터 마음이 낮아집니다. 이곳은 들어오는 사람에게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는 공간입니다.

차를 주문하고 바로 자리에 앉지 않았습니다.

먼저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벽마다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 조용히 놓인 장식들이 일상에 쌓인 긴장을 스르륵 풀어줍니다.

한쪽에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가족의 사진 하나를 즐겁게 남겼습니다. 자연스러운 빛이 들어오는 자리에서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휴가 나온 아들의 얼굴이 유난히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곳이 사람을 풀어놓는 힘을 가졌다는 걸, 그 표정이 먼저 말해주었습니다. 또 하나의 추억으로 우리 가족의 역사에 남을 듯합니다. 이 순간만으로도 진주 늘새솔을 찾은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골목에서 풀어놓는 마음

메뉴판 옆에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내어주는 한 상.” 늘새솔은 계절에 맞는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모든 다과를 국가대표 조리기능장 자격을 가진 대표가 직접 만든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진주 한식 디저트 카페 가운데서도 이 문장은 이곳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자리에 앉자 비로소 시간이 차분히 내려앉았습니다. 말은 음 소거처럼 줄어들며 시선은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를 향합니다. 잠시 후, 다과 한 상이 놓이는 순간 테이블 위에 작은 정원이 펼쳐졌습니다. 이 한 상은 먹기 전에 먼저 바라보라고 놓인 풍경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넉넉한 정원의 기운이 우리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한 상에 담긴 계절의 미감

사과 홍옥을 얇게 깎아 꽃잎처럼 말아 올린 다과가 곱습니다. 붉은 껍질의 선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계절의 결이 보입니다. 입에 넣는 순간 산뜻한 향과 단맛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그 옆에는 하동 말차로 만든 잎사귀 사이에 딸기로 빚은 한과가 놓여 있습니다. 초록과 분홍이 조용히 마주한 모습이 녹차밭을 거니는 기분을 줍니다. 가루차의 쌉싸름함 뒤로 딸기의 은은한 단맛이 이어집니다.

가운데에는 대봉감으로 만든 꽃이 겨울 선물처럼 놓여 있습니다. 감을 얇게 저며 꽃잎처럼 만든 장식이지만, 이 또한 먹을 수 있는 다과입니다. 눈으로 한 번 즐기고, 입으로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진주 늘새솔의 다과는 보기와 맛이 분리되지 않는 한 상이었습니다.

다과 한 상을 바라보며 문득 고려 시대 차상이 떠올랐습니다. 실제 재현인지는 모르지만, 꽃과 잎의 형태를 살린 담음새, 장식과 음식의 경계가 흐린 모습은 고려 기록 속 다과의 미감과 닮아 있었습니다.

조선식 다과의 절제된 소박함보다, 고려 특유의 풍요롭고 화사한 차 문화가 이 한 상과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니라, 사진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저의 해석입니다.

유리 주전자 속 꽃차는 천일홍과 비트, 애플민트가 어우러진 밝은 자줏빛입니다. 찻잔에 따르는 순간 두 눈이 빛에 흔들리고, 향이 먼저 다가옵니다. 은은한 꽃 향 뒤로 민트의 맑은 기운이 따라옵니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몸 안에 남아 있던 피로가 온천욕을 하듯 풀리는 기분입니다. 다과와 차를 번갈아 음미하는 동안 말은 줄어들고 감각은 또렷해집니다. 달지 않고 과하지 않으며 남기지 않는 맛. 이 한 상은 배를 채우는 디저트가 아니라, 일상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낸 우리를 대접하는 작지만 큰 상차림입니다.

늘새솔을 나설 때 은은한 꽃향기와 다과의 여운이 옷자락에 남아 있었습니다. 마치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은 듯한 기분으로 골목을 걸어 나옵니다. 진주 선학산 골목 안에는 이렇게 조용하지만, 깊은 대접을 건네는 한식 디저트 카페가 숨어 있었습니다. 정중한 한 상 덕분에 오늘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 늘새솔
- 주소 : 경남 진주시 선학산길 103-2
- 영업시간 : 11:00~19:00
- 휴무일 :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 주차 : 전용 주차장 없음(골목 앞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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