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속 진주

진주 촉석루에서 바람맞고, 진양호에서 마음을 말리다

에나 이야기꾼 해찬솔 2026. 1. 25. 10:02
728x90

 

겨울날 진주 산책, 바람이 하루를 정리해 준 길

 

진주에서 바람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촉석루입니다. 그 바람을 천천히 돌려보내는 곳은 진양호입니다.

추운 날이었습니다. 진주성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음도 함께 굳은 듯했습니다. 그래도 촉석루에 오르면, 바람이 먼저 말을 걸어올 줄 알았습니다. 사람보다 먼저 도착한 바람이 반길 줄 알았습니다.

성문 앞마당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하늘은 모든 구름을 몰아내고 해맑은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촉석루 기와 위에는 겨울 햇살이 얇게 걸려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소리가 또렷해집니다. 깃발이 흔들리는 소리. 그 소리를 따라 바람이 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촉석루,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지 않은 바람

촉석루에 올랐습니다. 단청 아래 기둥들이 차례로 서서 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기둥 사이로 남강이 흘렀습니다. 물 위에는 햇빛이 낮게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서서 바람과 인사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제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말을 걸기도 전에 떠나버렸습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바람 맞았다라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난간 너머의 도시는 평온했습니다. 강 건너 아파트들은 햇살을 받아 조용히 빛났고, 물 위에는 파문 하나 없이 하늘이 온전히 담겨 있었습니다. 촉석루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풍경은 온화했습니다.

 

의암을 지나 진양호로, 바람의 성격이 바뀌다

의암으로 내려갔습니다. 논개가 몸을 던졌다는 바위는 지금도 강 위로 몸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말이 없는 자리는 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바위에 새겨진 시간의 주름을 눈으로 더듬었습니다.

바람은 여기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등을 밀 듯, 앞으로 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길은 자연스럽게 진양호로 이어졌습니다. 성안의 시간이 끝나자, 숲이 우리를 따뜻하게 반겼습니다.

진양호 곁에 있는 하모의 숲 연못은 거울처럼 고요했습니다. 겨울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물 위에서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촉석루의 바람이 스쳐 가는 인사였다면, 진양호의 바람은 잠시 머물다 가는 손길 같았습니다.

솔숲길을 걸었습니다. 땅 위에는 솔잎이 두텁게 쌓여 있었습니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하루의 속도를 늦춰주었습니다.

숲에서는 바람도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며 소리를 낮춥니다. 그제야 바람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다 전해주는 방식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하늘을 보았습니다. 아침보다 더 푸른 색이었습니다. 바람은 여전히 제 곁을 스쳐 갔지만, 이번에는 외면당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날의 걸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촉석루에서 바람을 맞았고, 진양호에서 마음을 말렸습니다. 바람을 맞고 싶을 때, 묵은내를 털어내고 싶을 때, 촉석루와 진양호를 찾을 일입니다.

진주성(촉석루 포함)

-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626

- 개방 시간 : 3~10: 05:00~23:00/ 11~2: 05:00~22:00

- 관람료: (09:00~18:00) 성인 2,000/ 청소년 1,000/ 어린이 600(진주 시민 무료)

- 주차: 진주성 공영주차장 있음 / 유료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은 무료입장.

진양호공원

-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1번길 96-6 (판문동 일원)

- 관람료: 공원 전체 무료

- 관람 시간: 상시 개방 (일부 시설 운영시간 확인하지 못했다)

- 주차: 공원 내 주차장 있음 (무료)

진양호공원 내 진양호 동물원은 관람 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관람료 유료

 

#진주여행 #진주산책 #촉석루 #진주성 #진양호공원 #진주겨울 #남강 #진주가볼만한곳 #에나이야기꾼해찬솔 #경남여행

 

728x90